전략이란 무엇인가|아오시마 야이치·카토 토시히코 지음| 김정일 옮김| 비즈니스맵| 355쪽|1만5000원

혼란스럽고 복잡한 현실 세계에서 경영자는 사업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러한 방향 결정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PC 산업을 주도했던 IBM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이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내 주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IBM은 PC 산업에서 철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PC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유통 산업의 선두 주자였던 시어즈는 도심 변두리에 세워진 창고형 할인 매장이 신통치 않다고 판단했다. 현재 월마트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이처럼 기업의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를 경영자의 판단,즉 사업 방향에 대한 의사 결정을 돕는 것이 바로 경영 전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과거 정부 주도의 산업화 시절에는 경영 전략이 큰 의미가 없었다. 정부가 인.허가를 포함해 사업의 대부분을 결정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그저 정부가 결정한 사항을 충실히 따라하면 되었다. 그러나 정부 규제가 완화되고 민간 주도로 전환되면서 전략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전략이 부각된 주된 원인이다. 독.과점 상황에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 없다. 극히 한정된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 시장이 개방되고 해외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하면서 경쟁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치밀한 전략 없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는 불가능하다. 예컨대 자동차 업계에서는 도요타,혼다,벤츠,BMW 등 선진국 기업들의 고급화에 맞서야 하고 전자업계에서는 하이얼과 레노버로 대표되는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영전략 분야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네 가지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 '전략이란 무엇인가'는 경영자들의 전략적 사고와 의사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전략적 사고의 '균형'을 강조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현상의 일부분에 현혹되지 말고 다양한 전략적 접근법을 통해 균형 잡힌 의사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경영 전략에서는 외부 환경의 기회와 위협뿐만 아니라 기업의 강.약점도 중요하다. 애플은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 역량을 갖추었음에도 PC 산업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시장에서 밀려났다. 모토로라는 휴대폰 산업의 절대 강자였지만 디지털 기술 개발을 등한시한 나머지 역량 경쟁에서 밀려 노키아에 1위 자리를 내 주고 말았다. 애플은 외부환경 변화에 둔감했고,모토로라는 내부역량 개발에 소홀했던 것이다.

저자들은 외부 환경이나 내부 역량 요인 외에 어떻게 외부 경쟁이 진행되고 내부 역량이 축적되는지에 대해서도 균형적으로 사고할 것을 강조한다.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거나 활용하는 것 외에 이러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액정 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기업인 샤프는 이를 활용해 전자계산기에서 노트북,TV,비디오,카메라,휴대폰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전략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샤프가 액정 기술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개발했느냐 하는 점이다. 전략 이론 중 학습 이론은 이러한 기업 내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접근법이다.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의 아젠다는 자연스럽게 세계 일류 기업이 되는 것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2등 기업 시절에는 모방이 가능했지만 일류 기업은 모방만으론 안 된다. 사실 1등이 되면 모방할 대상도 없다. 이제 우리만의 전략이 꼭 필요한 시기이다. 독특한 전략 없이 지속적인 성과는 없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전략경영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