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집약형 기업 | 로웰 브라이언·클라우디아 조이스 지음 | 김명철·김정희 옮김 | 세계사 | 336쪽 | 2만원

경제학의 고전적인 정의에 의하면 경제 규모는 자본과 노동력의 투입량이 결정한다. 그러나 물리적인 생산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자본의 비중이 커지게 되고 금융과 조직 효율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1990년대 이후 디지털 시대라고 하는 경제 시스템의 변화는 바로 이것을 일컫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면 거기에 맞게 변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냥 있어도 변할 수밖에 없고 변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살아 남기 어려운 것이 세상 이치이다. 하지만 변화의 냄새를 먼저 맡고 스스로 변화에 나서는 센스를 갖춘다면 한때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동트기 전 남 먼저 삽 들고 논에 나가 일하는 '얼리 버드'들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수확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역시 세상을 앞서 나가면서 변화를 시작하는 것은 상상력이고,세상은 그런 상상력의 차이 때문에 갖가지 모습을 띠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기업의 부를 창조하는 원천은 무엇인가. 맥킨지앤컴퍼니 파트너들인 이 책의 공저자는 조직원들의 무형 자산,즉 지적 역량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미국 30대 기업의 시가총액이 5배 늘어났는데,그 이면을 들여다봤더니 직원 1인당 수익 역시 5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즉 직원 개개인의 수익률이 전체 이익률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조직원의 수익률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한데,이것을 하자면 그들의 지적 역량을 단순히 관리하는 차원으로는 시너지를 얻기 어려우며 그들이 스스로 지식을 만들고 서로 교류하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환경,즉 지적 역량과 시스템을 결합하는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21세기의 부는 전략적인 조직 설계에 달렸다는 말이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디지털시대 조직설계 방향은 이렇게 정리된다.

첫째,위계 질서적인 계층 구조를 버리고 중간 관리자들에게 재량권을 줄 것.이렇게 해야 기업이라는 유기체가 유연해진다. 둘째,조직원들의 지적 역량을 쉽게 교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것.셋째,'하나의 기업(one-company)' 방식의 지배구조를 만들 것.이런 원칙이 일단 설정되면 전사적인 협업 체제와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무 성과나 직원평가 시스템 역시 '하나의 기업'이라는 틀에 맞게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서 개인의 책임감뿐만 아니라 공동의 책임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나온 원저의 제목은 'Mobilizing Minds'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