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d] 뒤로 가는 브릭스펀드 "일단 묻어둬라"
해외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자돼 있는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브릭스 지역의 증시가 동반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선진시장에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으로 확대되면서 회복세가 늦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미 이들 지역의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겪은 만큼 섣부른 환매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대처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반등장을 이용해 일부 환매를 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펀드 손실 눈덩이

최근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 증시는 지난 18일 하루 동안 5.33%나 폭락하면서 2500선까지 무너졌다. 지난해 10월 최고점인 6124.04에 비하면 60% 넘게 폭락한 셈이다. 중국과 더불어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자돼 있는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브릭스 지역도 마찬가지다. 상품가격 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이들 지역 증시는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24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중국 펀드는 25.4%,인도 펀드는 18.5%의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은 -25.3%,러시아 펀드는 -26.1%였다. 브릭스 펀드의 수익률도 -25.6%를 기록했다. 이들 펀드는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0% 이상의 손실을 냈다.

브릭스는 자원 부국인 브라질과 러시아,자원 소비국인 중국 인도가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동안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혀왔다. 올해 초 중국 인도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자원 부국인 브라질과 러시아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손실폭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이 같은 안전판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얘기다.

◆반등장에서 일부 환매 고려

전문가들은 일단 이들 지역의 주가가 바닥권에 온 만큼 섣부른 환매는 자제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불확실성이 큰 만큼 반등장을 이용해 일부 환매해 국내 주식형 펀드나 다른 지역 펀드로 갈아타 위험을 분산시키라는 주문도 나온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올 추석 이후 신용 경색 위기가 완화되면 이머징마켓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시장에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원자재 상승의 장기 사이클도 끝나지 않아 이들 시장은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시장 전망이 어둡다면 손실을 보더라도 현금 비중을 늘리라고 하겠지만 지금은 기다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완제 연구위원도 "하반기에는 브릭스 국가들이 시차를 두고 중국을 시작으로 반등할 것으로 본다"며 "이들 지역의 투자는 아직 유효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하반기에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큰 데 반해 브릭스 펀드들이 최근 러시아 브라질 비중을 늘린 것은 문제"라며 "오히려 브릭스 펀드 일부를 환매해 중국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용찬 한화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시장은 아직도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중국 기업들의 순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PER(주가수익비율)도 19배로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조 연구위원은 "최소한 올해 10월까지는 조정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등시 비중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충고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