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상장지수 펀드(ETF)가 투자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매력이 떨어지지만 지수나 개별 종목들의 주가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약세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ET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현금을 회수하는 속도가 인덱스 펀드보다 빠른 데다 종류도 다양해 박스권 장세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제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4일 현재 유가증권시장에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코덱스2000을 비롯해 반도체 은행 미디어통신 관련주에 투자하는 업종ETF, 홍콩H지수와 일본 토픽스100지수를 따르는 해외 ETF 등 총 30개의 ETF가 상장돼 있다.
ETF는 인덱스 펀드와 마찬가지로 지수 구성 종목과 가장 유사하게 펀드를 조성해 종목별 실적이나 단기 재료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시장을 따라가는 효과가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길게 보면 투자 효과는 비슷하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이 출렁일 때는 자금이 들고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인덱스 펀드보다 실시간 매매로 시장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ETF가 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증시도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가입ㆍ해지에 며칠씩 걸리는 일반 해외 펀드에 가입하는 것보다 코덱스재팬이나 코덱스차이나H 등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지수가 하락할 때 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이 ETF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편입 종목이 상대적으로 적은 ETF는 펀드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트래킹 에러)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TF의 거래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경우라면 비용이 3분의 1 정도인 ETF를 매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다만 수수료가 낮고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단타매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요인이다.
김혜준 대우증권 연구원은 "매매 빈도가 늘어날 경우 오히려 일반 펀드보다 수수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코세프뱅크나 타이거KRX100처럼 거래량이 미미한 ETF의 경우 현금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할 사항으로 지적했다.
박현철 연구원은 "최근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구성 종목이나 스타일 등을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춰 분산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