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심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재건축 규제완화 카드를 내놓았다. 정부가 8ㆍ21 부동산 대책을 통해 빼든 카드는 △층수제한 완화 △안전진단 간소화 △조합원지위 양도 허용 등으로 12층 이하의 중ㆍ저층 아파트와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 아파트의 재건축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제한을 현재 '최고 15층'에서 '평균 18층'으로 완화하기로 한 것은 재건축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를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국토계획법상 땅의 용도를 지정한 '용도지역'의 하나다. 1종 일반주거지역은 4층 이하로 주로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이 지어진다. 반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잠실동 주공5단지 등이 있는 3종 일반주거지역에는 층수제한이 따로 없다.

서울시는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하기로 했다. 이인근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24일 "제2종 일반주거지역 층수완화는 국토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다"면서 "이를 적극 수용해 조만간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층수가 일률적으로 완화되는 건 아니다. 서울시는 조례가 개정되더라도 개별 단지별로 공공기여 등 요건을 충족할 때 개정 조례를 적용해 줄 방침이다.

층수 규제 완화의 가장 큰 수혜단지로는 강동구 고덕지구,송파구 가락시영을 비롯한 제2종 일반주거지역 내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이 꼽힌다. 고덕주공1∼7단지와 시영(5층) 등 총 1만1000여가구에 달하는 고덕지구의 경우 그동안 용적률 등 다른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층수 제한만큼은 완화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층수를 높이면 동 간 거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단지 쾌적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재건축 사업이 상당히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2종 일반주거지역인 송파구 가락시영은 완화되는 제도를 적용받아 재건축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강남구 개포지구는 이번 층수제한 완화에 큰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 측은 개포지구 용적률이 177%로 가락시영(190%) 등 다른 단지에 비해 크게 낮아 용적률을 완화하지 않는 이상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전진단 절차 간소화와 판정기준 합리화는 △대치 은마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 현대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의 사업추진에 탄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3ㆍ30 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은마아파트는 그동안 예비 안전진단에서 두 차례 탈락했다.

오는 9월 입주자협의회 차원에서 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도 이번 조치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입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가 폐지될 경우 현재 조합이 설립돼 있는 대치동 청실1차 등 수도권 28개 단지 9000여가구와 앞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예정인 86개 단지 7만3000여가구가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가 침체된 재건축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압구정 현대 등 대형 주택으로 구성된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소형주택 의무비율과 임대주택 의무건립비율이 더 큰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런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재건축 시장 전체가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