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와인은 적포도를 담갔다가 껍질과 씨를 제거한 후 포도즙만을 가지고 화이트 와인과 같은 방법으로 양조한 와인을 말한다. 로제 와인의 역사는 와인의 역사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수민 와인나라아카데미 강사는 "18세기 이전만 해도 기술이 부족해 지금처럼 짙은 붉은색을 뽑아내지 못했다"며 "때문에 레드 와인이라 해도 로제 와인처럼 색이 옅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데 영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즐겨 마시던 보르도 와인을 진분홍색을 뜻하는 단어인 '클라렛'(claret)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이후 로제 와인은 프랑스 남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생산됐는데 이는 기후와 관련이 있다. 프로방스와 같은 남부지방은 더운 여름 레드 와인을 마시는 것은 부담이 됐지만 지중해성 기후로 청포도를 재배하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이후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로제 와인을 즐기기 시작했다.

로제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레드와인 제조법과 같이 포도껍질 채로 압착해 발효하다 과즙이 핑크색을 띠면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남은 과즙을 발효하는 방법이 있다. 두번째는 레드 와인 포도품종을 압착한 후 바로 포도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그 과즙을 발효하는 방법이다. 적포도는 껍질을 제거해도 과즙에 색소가 남기 때문에 옅은 핑크빛이 돈다. 마지막으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블렌딩해 만드는 것인데,이 방법은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로제 샴페인에만 허용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엄경자 소믈리에는 "로제 와인은 적포도 껍질의 타닌 성분이 소량만 포함돼 있어 숙성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일부 최고급 와인을 제외하고는 장기 숙성용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때문에 가장 최근 빈티지를 구입해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로제 와인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