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여행 만큼 마음 편한 럭셔리투어도 없다. 크루즈여행 중에는 보고 즐기는 것 외에 달리 신경쓸 일이 없다는 뜻에서다. 크루즈는 바다를 떠다니는 특급 리조트.하루생활의 모든 것이 해결되는 초호화 '1섬 1리조트'격으로,선실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사이 다른 나라나 도시로의 장거리 이동까지 겸한다. 날이 밝아 눈을 뜨면 어제와는 다른 여행지가 기다린다. 그것도 보통의 패키지 여행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은 온통 이들 기항지를 구경하는 데 할애할 수 있다. 준비된 여행 프로그램은 그 종류가 다양하고 내용 또한 알차 만족도가 높다. 모든 게 상상 그 이상이니 여행비용은 조금 비싼 편이다. 대개는 일정도 긴 편이라 부담스럽다. 시간 여유가 많고 돈도 넉넉한 실버계층에 어울리는 여행방식으로 치부돼 온 까닭이다. 요금은 많이 달라졌다. 가족여행객과 개별여행객을 중심으로 크루즈상품을 찾는 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또 다른 시선으로 보는 지중해 풍경

현재 크루즈를 이용해 갈 수 있는 목적지는 2000여곳을 헤아린다. 70여개의 선사가 저마다 특색있는 노선을 꾸며 이들 크루즈 목적지를 연결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중해 노선을 가장 좋아한다. 유럽의 역사 문화와 더불어 쪽빛 지중해의 멋진 풍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코스여서다. 20,30대 허니무너는 물론 가족여행객이나 중.장년층에게도 인기만점이다.

지중해 크루즈는 크게 동부와 서부노선으로 나뉜다. 동부 지중해는 이탈리아반도 동부의 베니스,그리스와 터키 서부연안을 아우르는 노선으로 고풍스런 사원과 신전 등 볼만한 역사유적이 많다. 서부 지중해는 로마,시실리섬 등 이탈리아 반도 서부와 스페인,프랑스 등지를 포함한다. 로마 치비타베키아 또는 사보나에서 출항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팔마 데 마요르카,북아프리카 튀니지의 튀니스,몰타의 발레타를 거쳐 이탈리아 시실리섬의 팔레르모를 돌아오는 코스타 크루즈 일정이 잘 알려져 있다.

로마 치비타베키아에서 출발하는 서부지중해 크루즈 일정의 첫 기항지인 사보나는 포르토피노 관광이 하이라이트.포르토피노는 사보나에서 1시간 떨어진 해변 휴양지다. 부호들의 호화롭고 비밀스러운 리조트와 시가지 풍경이 낭만적이다. 절벽 위에 위치한 카스텔로 브라운성에서 보는 전망이 기막히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관광지.'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의 마라톤 금메달로 기억되는 1992년 올림픽 개최지다. 올드타운을 중심으로 스페인 역사.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1883년 착공한 지 1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건설 중인 가우디의 성 가족성당이 그 중 으뜸이다. 피카소박물관도 필수코스.3000여점에 달하는 피카소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스페인 마요르카섬의 항구도시인 팔마 데 마요르카도 재미있다. 고딕양식의 웅장한 건축물들이 눈을 사롭잡는다. 쇼팽과 그의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아프리카 최북단의 도시 튀니스는 지중해 패권을 놓고 로마와 다투던 카르타고의 영토였던 곳이다. 지금의 레바논 부근에 기지를 두고 지중해 무역을 하던 페니키아인의 일부가 이주해 도시를 건설하면서 카르타고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카르타고 함대의 본거지였던 퓨닉항구의 유적이 볼 만하다. '튀니지언 블루'로 통하는 청색 창틀을 낀 하얀 집과 꽃이 만발한 공원,그리고 테라스가 달린 카페 등이 남프랑스의 어느 해안도시를 연상시킨다.

몰타의 발레타는 '신사들에 의해,신사들을 위한 도시'로 불리는 곳.중세 마을과 고대 유적지,세인트 존 기사들에 의해 세워진 교회를 볼 수 있다. 도시가 작은 편이어서 한나절 걸어다니며 관광하기 좋다.

■11만t급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이탈리아,스페인,튀니지,몰타를 도는 7박 일정의 서부지중해 크루즈 노선을 대표하는 선사는 코스타 크루즈다.

단순하면서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선상 이벤트가 특징으로 허니무너는 물론 중장년층에게도 인기있는 선사다.

콩코르디아호가 코스타 크루즈를 대표하는 유람선이다. 전장 290m,폭 36m의 11만2000t급 크루즈로 승객(2860명)과 승무원(1100명)을 포함해 최대 3960명이 탈 수 있다.

선내에는 어린이 전용 풀을 포함해 4개의 수영장이 있다. 워터 슬라이드까지 갖추고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며 조깅을 할 수 있는 170m 길이의 트랙도 조성돼 있다. 12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3층 높이의 대극장에선 특급 공연이 이어진다. 인터넷 카페와 도서관,카지노 등의 시설도 웬만한 리조트를 능가한다. 뷔페식당 등 근사한 정찬을 맛볼 수 있는 5곳의 레스토랑도 입맛을 살려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