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해냈다. '

한국 야구가 숙적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은메달을 확보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한국은 22일 베이징 우커쑹야구장에서 열린 올림픽 야구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선발 김광현의 호투 속에 이승엽이 역전 2점포를 쏘아올려 6-2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준결승전에서 미국에 2-3으로 패한 끝에 동메달에 그친 한국은 숙적 일본을 두 번이나 격파하며 올림픽 첫 결승 진출 감격을 누렸다.

승부는 2-2로 팽팽하게 맞선 8회 말에 갈렸다. 한국은 선두타자 이용규가 일본의 다섯 번째 투수 이와세 히토키로부터 좌전 안타를 뽑아내며 무사 1루 찬스를 잡았다.

1사후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 이승엽은 볼 카운트 2-1에서 5구째 직구를 잡아당겼다. 좀 뜨는 듯하던 공은 거침없이 뻗어나가 오른쪽 담을 훌쩍 넘었다. 이승엽은 팔을 번쩍 치켜들었고 한국 관중석에선 환호가 터졌다. 경기는 순식간에 4-2로 뒤집어졌다. 이어 김동주가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만들어진 2사 1루 찬스에서 고영민이 일본의 여섯 번째 투수 와쿠이 히데아키의 공을 통타,좌월 적시 2루타로 김동주를 불러들였고,강민호도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9회 초 일본 마지막 타자 아베 신노스케의 타구를 잡은 이용규는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병역 미필 선수 14명은 군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동메달 이상 성적을 올렸기에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이날 경기 초반에는 일본의 정밀 '스몰볼'에 한국이 끌려갔다. 일본은 1회와 3회 1점씩을 뽑아 2-0으로 앞섰다.

반면 한국은 1,3회 1점씩을 내준 선발 김광현이 안정을 찾자 8회까지 마운드를 맡겼고,9회 초 윤석민을 투입해 뒷문을 틀어막았다. 한국은 미국을 10-2로 물리친 쿠바와 23일 오후 7시 금메달을 다툰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