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에게는 쓰레기로 보이는 것도 론스타에는 보물이다. '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52)이 '돈 냄새'를 찾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메릴린치가 보유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67억달러에 사들인 그레이켄 회장은 지난 21일엔 독일 국영개발은행인 KfW가 소유하고 있는 IKB독일산업은행의 지분 90.8%를 인수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주 사업인 IKB는 독일 최초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희생자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최근엔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결국 인수자를 물색하던 중 그레이켄 회장의 '레이더 망'에 포착된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외환은행 투자 등에서 '먹튀'(돈만 빼먹고 도망간다) 논란을 일으키는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레이켄 회장의 투자감각만큼은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다. 독일 투자은행인 머크핑크의 콘래드 베커 애널리스트는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론스타는 IKB의 손실을 극적으로 반전시켜 강한 회사로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그레이켄 회장은 메릴린치의 CDO를 인수하면서 액면가 306억달러짜리를 약 5분의 1 가격에 후려쳐 사들이는 솜씨도 발휘했다. 그마저 인수자금의 75%는 판매 당사자인 메릴린치에서 빌렸다. 뉴욕타임스는 "그레이켄의 투자가 가치 없게 된다면 결국 손실은 론스타가 아닌 메릴린치가 떠안을 것"으로 분석했다.

론스타는 자금줄도 탄탄하다. 지난달에는 '론스타펀드 6호' '론스타부동산펀드' 등을 통해 100억달러의 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애초 계획했던 65억달러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그레이켄의 투자본능을 신뢰하고 돈을 내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은 "론스타는 매우 흥분된 상태이며 기회만 있으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최근 들어 모기지 투자에 적극적이다. 가격이 저점에 왔고,조만간 반등이 있을 저평가된 투자 대상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에는 모기지업체 CIT그룹을 15억달러에 인수했으며,지난 5월에는 베어스턴스의 모기지 사업 부문도 사들였다. 이 밖에 역시 모기지업체인 어크레디티드 홈 랜더스 홀딩(AHLH)도 최근 2억9500만달러에 인수했다.

1982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레이켄 회장은 한때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텍사스 출신 억만장자인 로버트 배스와 일하면서 전문성을 쌓았다. 1995년 론스타를 만든 이후에는 미국 프랜차이즈 음식점인 쇼니스를 인수해 큰 차익을 거두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999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영국 런던으로 이사했으며,현재 국적은 아일랜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