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이 인정된다"며 신임 사장의 공모 절차를 금지해 달라는 정연주 전 사장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윤성근 부장판사)는 22일 정 전 사장이 KBS를 상대로 낸 신임 사장 공모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사회 개최 장소가 갑작스럽게 바뀌었지만 결의에 반대한 이사 4명의 참석이 가능했던 만큼 이사들의 심의.의결권이 침해당하지 않았다"며 지난 13일 이사회의 결의가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또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없다는 정 전 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2000년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서 KBS 사장에 대해 대통령이 '임면한다'에서 '임명한다'로 변경됐으나 그것이 대통령의 면직권 또는 해임권을 배제한 취지로 해석되지 않는다"며 "현행법상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정 전 사장이 함께 제기한 이사회의 해임제청 결의 효력정지 및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사회 해임제청 결의의 효력과 집행은 이미 대통령의 해임처분에 흡수되어 별개로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며 "이 부분은 행정소송에서 직접 해임처분의 무효를 다투어야 한다"며 각하 사유를 밝혔다.

앞서 정 전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역시 기각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지난 20일 정 전 사장이 "해임 권한이 없는 대통령의 해임 처분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 전 사장 측이 제출한 자료로 볼 때 해임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태"라며 "정 전 사장에게 해임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