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심했지만 무릎이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싸우겠다는 각오로 맞섰다. 아테네올림픽 때 못 땄던 금메달이라 더욱 기쁘다. "

황경선(22.한국체대)이 4년 전 아테네에서 맺혔던 '노 골드' 한(恨)을 시원한 금빛 발차기로 날려버렸다.

황경선은 22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 결승에서 카린 세리게리(캐나다)를 2-1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황경선은 태권도 종목에서 세 번째 금메달 사냥에 성공하며 한국선수단에 11번째 금빛 낭보를 전하는 주인공이 됐다.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에 빛나는 황경선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동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진정한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황경선은 '강호' 글라디 에팡(프랑스)과의 4강 대결에서 승리하고 결승에 올랐으나 세리게리의 매서운 공격으로 초반에는 고전했다. 1라운드 탐색전을 펴다 경기 종료 27초를 남기고 상대의 오른발 옆차기 공격에 먼저 포인트를 내줬다.

반격에 나선 황경선은 2라운드 시작 30초 만에 오른발로 2점짜리 안면 공격을 시도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24초를 남기고 전광석화 같은 왼발 돌려차기 기술을 상대의 가슴에 적중시켜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황경선은 3라운드 들어 공격 기회를 엿보다가 부저가 울리기 34초 전 오른발 뒤차기 공격으로 승리를 확정했다.

금메달을 따낸 뒤 의자에 앉아 한참을 흐느낀 황경선은 "베이징에 오기 전에 최종 전력 점검을 하면서 겨루기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아직 우승 실감이 나지 않고 일단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