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단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린 베이징올림픽에서 풍성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13,은 10,동 8개를 따내 금메달 10개로 종합 10위 안에 든다는 '10-10' 목표를 여유있게 달성했다. 금메달 수에서는 1988 서울과 1992 바르셀로나대회(이상 금 12)를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총 메달 수에서도 31개로 서울 대회(33개) 다음으로 많았다.

한국의 이 같은 성적은 유도 양궁 태권도 등 전략 종목에서 비교 우위를 지키고 수영 박태환과 역도 장미란 등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가 금메달을 합작한 결과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에서 금,은메달을 따내며 한국체육사를 새로 썼고,장미란은 세계신기록 5개를 쏟아내는 월등한 기량으로 정상에 우뚝 섰다. 두 선수는 한국 체육의 숙원인 메달 종목의 다양화와 함께 금메달 종목의 질적 향상 등을 이룬 채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기약했다.

한국 야구는 본선 풀리그와 4강전에서 '숙적' 일본에 두 차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는 등 전승으로 결승까지 올라 쿠바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극 전사'들이 사상 최다 금메달을 수확하는 성적표를 받아쥐고 베이징올림픽을 마감했으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무엇보다 '메달 박스'인 양궁과 태권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다. 한국이 딴 금메달 13개 중 절반에 가까운 6개가 두 종목에서 나왔다. 그러나 2012년 런던대회 때도 이 같은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양궁은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매섭다. 태권도는 단조로운 경기 방식,모호한 득점 기준 등을 고치지 않는 한 2016년 대회 때도 정식 종목으로 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메달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지금보다 더 다양화하고,'효자 종목'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더 특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또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영웅' 문대성(동아대 교수)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 한국은 이로써 두 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게 됐으나 아직 국제 스포츠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미미하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계속 남는 데 일조하고,1988년에 이어 다시 한번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려면 전문가 양성 등 스포츠 외교력 확대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그래야 4년 후 런던올림픽에서도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