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그 많던 자금 어디로…"증발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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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의가 가장 많은 내용 중 하나가 '주식과 부동산시장에서 이탈된 그 많던 돈이 지금은 다 어디에 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투자자라면 한 번쯤 궁금했을 의문사항이다.
9·11 테러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돈이 풀렸다. 우리만 하더라도 국가 회계 단위가 '경'을 넘을 정도로 높아지자 거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고액권 발행과 화폐거래 단위를 축소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논쟁이 나올 정도였다. 그동안 이 많은 돈이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과 원유 금 등 상품시장에 흘러들어갔다.
가격이 상승할 때는 끝없이 오를 것처럼 보였던 자산과 상품 가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본격화된 작년 12월 이후 불과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평균 20% 이상 급락했다. 자산가격 하락 속도로만 따진다면 1929년 대공황 때보다 빠르다. 그만큼 단기간에 자산과 상품시장에서 자금이 많이 이탈됐다는 의미다.
최근처럼 뚜렷한 대체투자 수단이 없고 실물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이탈된 자금이 갈 수 있는 경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중앙은행 창구다. 이 통로를 통해 이탈된 자금이 얼마나 흡수됐나를 알 수 있는 지표는 각국의 정책금리 인상폭이다.
모기지 사태 이후 인플레 안정 차원에서 정책금리를 올린 국가도 있지만 미국은 2%로 내렸고 일본은 0.5%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세계평균 정책금리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설령 정책금리를 올린 국가라 하더라도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민감도는 종전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탈된 자금이 중앙은행에 들어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경로는 이탈된 자금이 아예 시장에서 퇴장되는 경우다. 이론적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돈은 퇴장통화(hoarding money)와 활동통화(dis-hoarding money)로 구분된다. 퇴장통화는 성격상 지하경제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당 경제주체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정확한 규모를 추정할 수 없다.
그 대신 한 나라의 경제활력 지표인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승수가 떨어지느냐와 일상생활에서는 금고 판매액으로 알 수 있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모든 국가에서 이 두 가지 경제 활력 지표가 떨어짐과 동시에 금고 판매액이 급증했던 점을 감안하면 자산과 상품시장에서 이탈될 자금이 시장에서 빠르게 퇴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된 자금이 시중에 남아 있더라도 단기부동화되는 경우다. 전 세계적으로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유입되는 자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난 3개월 동안 각종 단기금융상품에 30조원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 관련 기관들의 통계다. 국내 기업인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뭐니뭐니해도 머니'는 금고에 쌓아두거나 단기금융상품에 가입하는 형태로 보관한다.
최근처럼 자산과 상품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이 퇴장되거나 단기부동화되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면 언제든지 자산과 상품시장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 짙다.
모든 경제활동에는 리듬이 있다. 아무리 극심한 불황도 언젠가는 풀린다. 현 시점에서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앞으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경우 자금시장에서는 대기화된 이탈자금이 어디로 풀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의 경우 증시부터 가장 먼저 물꼬가 트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워런 버핏 같은 슈퍼 리치들이나 세계적 기업인들이 보다 긴 안목에서 모기지 사태에 대처해 나가거나 고객에게 대처해 줄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시각에서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9·11 테러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돈이 풀렸다. 우리만 하더라도 국가 회계 단위가 '경'을 넘을 정도로 높아지자 거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고액권 발행과 화폐거래 단위를 축소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논쟁이 나올 정도였다. 그동안 이 많은 돈이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과 원유 금 등 상품시장에 흘러들어갔다.
가격이 상승할 때는 끝없이 오를 것처럼 보였던 자산과 상품 가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본격화된 작년 12월 이후 불과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평균 20% 이상 급락했다. 자산가격 하락 속도로만 따진다면 1929년 대공황 때보다 빠르다. 그만큼 단기간에 자산과 상품시장에서 자금이 많이 이탈됐다는 의미다.
최근처럼 뚜렷한 대체투자 수단이 없고 실물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이탈된 자금이 갈 수 있는 경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중앙은행 창구다. 이 통로를 통해 이탈된 자금이 얼마나 흡수됐나를 알 수 있는 지표는 각국의 정책금리 인상폭이다.
모기지 사태 이후 인플레 안정 차원에서 정책금리를 올린 국가도 있지만 미국은 2%로 내렸고 일본은 0.5%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세계평균 정책금리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설령 정책금리를 올린 국가라 하더라도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민감도는 종전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탈된 자금이 중앙은행에 들어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경로는 이탈된 자금이 아예 시장에서 퇴장되는 경우다. 이론적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돈은 퇴장통화(hoarding money)와 활동통화(dis-hoarding money)로 구분된다. 퇴장통화는 성격상 지하경제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당 경제주체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정확한 규모를 추정할 수 없다.
그 대신 한 나라의 경제활력 지표인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승수가 떨어지느냐와 일상생활에서는 금고 판매액으로 알 수 있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모든 국가에서 이 두 가지 경제 활력 지표가 떨어짐과 동시에 금고 판매액이 급증했던 점을 감안하면 자산과 상품시장에서 이탈될 자금이 시장에서 빠르게 퇴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된 자금이 시중에 남아 있더라도 단기부동화되는 경우다. 전 세계적으로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유입되는 자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난 3개월 동안 각종 단기금융상품에 30조원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 관련 기관들의 통계다. 국내 기업인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뭐니뭐니해도 머니'는 금고에 쌓아두거나 단기금융상품에 가입하는 형태로 보관한다.
최근처럼 자산과 상품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이 퇴장되거나 단기부동화되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면 언제든지 자산과 상품시장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 짙다.
모든 경제활동에는 리듬이 있다. 아무리 극심한 불황도 언젠가는 풀린다. 현 시점에서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앞으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경우 자금시장에서는 대기화된 이탈자금이 어디로 풀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의 경우 증시부터 가장 먼저 물꼬가 트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워런 버핏 같은 슈퍼 리치들이나 세계적 기업인들이 보다 긴 안목에서 모기지 사태에 대처해 나가거나 고객에게 대처해 줄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시각에서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