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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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중소기업청장 hongsukwoo@hanmail.net>
장마철에 외출을 했다가 해가 나는 것을 보는 순간 뜰에 내놓고 온 난초가 떠올랐으며,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 잎이 아른거려 허둥거리면서 돌아왔다는 이야기.그리고 그 순간 집착이 괴로움임을 온몸으로 느끼고 놀러온 친구에게 난을 줘버렸다는 글이 법정 스님의 수필 '무소유'에 나온다. 나같은 보통사람도 글을 읽는 동안에는 무소유를 떠올리게 만드는 감탄스런 글이다.
승진을 하거나 보직을 옮기고 나면 사양을 해도 집안에 난이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두어 달 지나고 나면 우리 집 난들은 생기를 잃는다. 겨울이면 베란다에 있는 난을 실내로 옮기고 거실 문을 때때로 열어서 신선한 공기를 난에 맛보게 하는 열정을 보인 적이 있다. 또 여름이면 시들까봐 날짜를 세어 가며 화분에 물을 주는 성의도 보였고,영양제를 꽂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실력이 없는지,정성이 부족한지,날이 갈수록 난은 서서히 시들며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
어느날 아내는 줄어드는 난들을 보기가 안타까웠던지,서너 개의 화분을 모아 큰 화분 하나로 만들자고 한다. 나는 그렇게 모아 놓고는 난을 잊어버릴 심산으로 그러자고 했다. 내 방식의 '무소유'라고나 할까. ^^*
그렇게 무더기 난을 몇 개 만들어 놓고는 난에서 관심이 멀어졌다. 겨울이고 여름이고 난은 항상 그 자리가 제자리다. 겨울이라고 들여놓는 법도 없고,여름이라고 날짜 세면서 물을 주는 법도 없었다. 그냥 생각나면 물을 줄 뿐이었다.
지난 주말에는 베란다에 나가 봄에 심었던 시금치 잔해와 고추 뒤처리를 하는데,아내가 그런다. "여보,난이 너무 무성한데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주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유심히 바라본 게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난을 바라보니 정말로 그랬다. 아내의 말대로 난들은 시퍼렇게 힘이 넘쳐 있었고,여기저기서 새 줄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렇게 모아 놓으니 돌보지 않아도 저희들끼리 잘만 사는 녀석들을 굳이 갈라놓고는 열심히 돌보는 우리네 심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장마철에 외출을 했다가 해가 나는 것을 보는 순간 뜰에 내놓고 온 난초가 떠올랐으며,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 잎이 아른거려 허둥거리면서 돌아왔다는 이야기.그리고 그 순간 집착이 괴로움임을 온몸으로 느끼고 놀러온 친구에게 난을 줘버렸다는 글이 법정 스님의 수필 '무소유'에 나온다. 나같은 보통사람도 글을 읽는 동안에는 무소유를 떠올리게 만드는 감탄스런 글이다.
승진을 하거나 보직을 옮기고 나면 사양을 해도 집안에 난이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두어 달 지나고 나면 우리 집 난들은 생기를 잃는다. 겨울이면 베란다에 있는 난을 실내로 옮기고 거실 문을 때때로 열어서 신선한 공기를 난에 맛보게 하는 열정을 보인 적이 있다. 또 여름이면 시들까봐 날짜를 세어 가며 화분에 물을 주는 성의도 보였고,영양제를 꽂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실력이 없는지,정성이 부족한지,날이 갈수록 난은 서서히 시들며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
어느날 아내는 줄어드는 난들을 보기가 안타까웠던지,서너 개의 화분을 모아 큰 화분 하나로 만들자고 한다. 나는 그렇게 모아 놓고는 난을 잊어버릴 심산으로 그러자고 했다. 내 방식의 '무소유'라고나 할까. ^^*
그렇게 무더기 난을 몇 개 만들어 놓고는 난에서 관심이 멀어졌다. 겨울이고 여름이고 난은 항상 그 자리가 제자리다. 겨울이라고 들여놓는 법도 없고,여름이라고 날짜 세면서 물을 주는 법도 없었다. 그냥 생각나면 물을 줄 뿐이었다.
지난 주말에는 베란다에 나가 봄에 심었던 시금치 잔해와 고추 뒤처리를 하는데,아내가 그런다. "여보,난이 너무 무성한데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주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유심히 바라본 게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난을 바라보니 정말로 그랬다. 아내의 말대로 난들은 시퍼렇게 힘이 넘쳐 있었고,여기저기서 새 줄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렇게 모아 놓으니 돌보지 않아도 저희들끼리 잘만 사는 녀석들을 굳이 갈라놓고는 열심히 돌보는 우리네 심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