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3-4위 결정전이 열린 23일 오후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한국이 헝가리를 5점 차로 이기고 있어 동메달은 이미 확정적이었다. 경기 종료 1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임영철 감독이 작전시간을 요청한 후 선수 교체를 시작했다. 이미 승부가 거의 결정난 경기에서 작전시간을 부르는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의외였다.

임 감독은 이 자리에서 오영란(36ㆍ벽산건설)을 골기퍼에,오성옥(36ㆍ히포방크)을 센터백에 세웠다. 또 라이트백 홍정호(34ㆍ오므론),레프트백 문필희(26ㆍ벽산건설),피봇 허순영(33ㆍ오르후스),라이트윙 박정희(33ㆍ벽산건설) 등이 새로 투입됐다. 대부분 서른 살을 넘긴 고참들이다.

임 감독은 '1분'을 뛸 선수들에게 "마지막을 너희가 장식해라"라고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앞으로 계속 뛸 수 있으니 이해하고 선배에게 맡겨라"며 다독였다. 더 이상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는 고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아줌마 선수들'의 투혼이 빛났다.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오성옥은 센터백 포지션에서 국제핸드볼연맹(IHF)이 선정한 이번 대회 베스트 선수로 뽑혔다. 수문장 오영란은 21개월 된 딸을 시댁에 맡기고 베이징에 날아와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허순영은 베이징으로 오기 전날 연습 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수술을 미루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

여자핸드볼팀은 이날 헝가리를 33-28,5점차로 꺾으며 동메달을 따냈다. 1984년부터 7회 연속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 여자핸드볼은 이로써 통산 금 2,은 3,동메달 1개를 기록하며 '메달 효자 종목'의 명성을 이어갔다.

이날 결승전에서는 2006년 유럽선수권대회 챔피언 노르웨이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팀 러시아를 34-27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노르웨이가 올림픽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