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와이브로 음성전화' … 移通시장 '빅뱅' 몰고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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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와이브로 단말기에 휴대폰처럼 이동전화 번호를 부여,음성통화를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함에 따라 국내 통신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와이브로 음성통화 허용은 사실상 통신요금이 매우 싼 모바일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이 삼분하고 있는 국내 이통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유.무선 통신시장 변화 불가피
와이브로는 시속 120㎞ 안팎으로 달리는 차량에서도 전용폰이나 노트북 등으로 초고속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통신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등이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서비스 사업자는 KT와 SK텔레콤 두 군데다. SK텔레콤은 3세대 이동통신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에 주력하면서 와이브로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KT가 수도권에 와이브로 망을 구축하면서 가입자 약 19만명(7월 말 현재)을 모은 게 고작이다.
와이브로에 음성통화 기능이 추가되면 사정은 확 달라진다. 와이브로 음성통화는 모바일 인터넷전화여서 이동전화 요금체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와이브로 통신요금은 3분당 38원선인 유선 인터넷전화 요금보다는 높더라도 휴대폰 요금(10초당 18원)에 비해 훨씬 쌀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 이동통신사업 성장세도 위협받게 돼 통신업체들은 유무선 통신사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와이브로 단말기는 휴대폰,PC,내비게이션 등을 하나로 통합한 복합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안지환 ETRI 무선시스템연구부장은 "와이브로 단말기는 휴대폰에 비해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더 많은 기능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브로의 이 같은 잠재력 때문에 SK텔레콤은 와이브로에 음성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주파수를 할당받은 대가로 와이브로에 투자한 액수는 3세대 이동전화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 와이브로에 3세대 이동전화와 같은 음성기능을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국망 구축 등 넘어야 할 산 수두룩
와이브로는 현재 서울과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방통위에 제출한 투자계획에 따라 KT는 오는 10월 말까지 수도권 전역과 5대 광역시 일부 지역으로 서비스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도 연말께는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문제는 이동전화처럼 전국에서 서비스가 되게 하려면 사업자별로 3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KT와 SK텔레콤이 각각 8000억원가량을 투자했으나 전국망을 갖추려면 천문학적인 시설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세대 표준 싸움도 변수다. 2010년에는 세계적으로 4세대 이통 표준기술이 채택될 전망이다. 와이브로가 4세대 이통 표준기술에 근접해 있으나 세계시장에서 유럽이 주도하는 차세대 이통기술 '롱 텀 에볼루션(LTE)'에는 밀리는 양상이다. 와이브로를 도입하는 곳은 미국(스프린트넥스텔)과 일본(KDDI),동남아,중앙아시아 정도다.
방통위는 연말께 와이브로 음성 기능 허용시기를 확정할 계획이다. 와이브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사업을 벌여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투자 확대는 물론 콘텐츠 개발업체에 대한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