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경색 여파가 지방은행으로 확산되며 올 들어 아홉 번째 파산 은행이 나왔다. 양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불가피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소형 은행들의 도미노 파산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4일 블룸버그통신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주말 예금 규모가 6억2000만달러(6월 말 기준)로 캔자스주에 본사가 있는 컬럼비아뱅크에 대한 폐쇄 명령을 내리고 자산과 영업권 일체를 시티즌스뱅크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FDIC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영업환경이 워낙 악화돼 더 많은 은행들이 연내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FDIC는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은행 건전성을 감독ㆍ심사하는 전문가를 확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셰일라 베어 FDIC 의장은 "내년까지 은행 산업의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금융사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FDIC는 파산 은행에 투입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사에서 걷는 예금보험료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주택 가격 급락과 차압 증가에 따른 보유자산 가치 하락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금융사들이 증가하면서 시장에서는 연내 100여개 은행이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이들 두 회사가 발행한 우선주와 후순위채권을 많이 갖고 있는 지방은행과 보험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일반 채권 및 보통주와 달리 후순위채와 우선주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휴지가 되거나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지방 중소형 은행과 보험사들이 보유한 패니매 프레디맥의 우선주 규모는 360억달러에 달한다. 예를 들어 델라웨어주에 있는 소형 은행인 윌밍턴 트러스트는 패니매와 프레디맥 우선주의 가치 하락으로 2분기 말 현재 8000만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반영,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우선주에 대한 등급을 A1에서 Baa3로 한꺼번에 다섯 단계 낮췄다. Baa3는 투기등급인 정크본드보다 겨우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선주 배당금 지급이 중단될 위험이 있는 데다 계획대로 자본 확충이 되지 않고 있다"며 등급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무디스는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 없이 영업을 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 추가로 우선주 등급을 낮출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양대 모기지 회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등급도 기존 B-에서 외부 자금 수혈이 필요한 D-로 내렸다.

투자 귀재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식 가치가 1년 전보다 매력적"이라며 "최근 보유 중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웰스파고 가운데 한 종목의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 경기 후퇴가 예상보다 길고 깊어질 수 있다"며 "경제가 앞으로 5개월간 나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