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저가 매수 구미 당기지만…"
지난 주말 코스피지수 1500선이 무너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의 향후 매매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도 강도가 약화되던 외국인이 최근 나흘 연속 순매도를 보임에 따라 기관들의 투자전략이 더욱 주목을 끈다.

국내 기관들은 증시가 내재가치(펀더멘털)보다는 투자심리 악화에 의해 지지선을 이탈한 것이어서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판단을 하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인 '사자'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기관 중에서도 연기금은 길게 보고 조금씩 주식을 주워담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수 1500선이 붕괴된 지난 주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선물시장에서 동시에 순매수를 보였다. 규모는 유가증권 241억원,코스닥 60억원,선물시장 130억원으로 많진 않았지만 연기금의 이 같은 선·현물 시장 동시 순매수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 연기금의 기금운용본부장은 "지수 1500~1600 사이에선 현·선물 간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에 치중했다"며 "하지만 일시적인 투자심리 악화로 인해 심리적 지지선이 붕괴된 상황이어서 중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21일 중소형주펀드를 운용할 3개 자산운용사에 125억원씩,총 375억원을 배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사에 500억원씩,총 1500억원을 위탁키로 하고 지난달 9일 250억원씩을 배정한 데 이은 것이다. 나머지 125억원씩도 시장 상황에 따라 조만간 집행할 전망이다.

이들 3개 운용사는 자금이 배정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펀드 자산의 90% 이상을 주식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적극적인 주식 편입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중소형주펀드는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100위를 넘는 중소형주를 전체 자산의 60% 이상,코스닥 상장사를 20% 이내로 편입한다.

최근 연기금이 사들이고 있는 중소형주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21~22일 연기금 순매수 상위 20개 중소형주들의 주가 등락률을 보면 코스피지수가 2.8% 하락한 가운데서도 SK가스 한솔제지 남해화학 등 9개 종목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으며 5개 종목은 지수보다 덜 빠져 총 14개 종목이 지수 대비 초과 상승했다. 업계 전문가는 "연기금이 지난 주말 이틀간 사들인 종목을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7월 초와 이번에 공통적으로 사들인 중소형주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이후 10거래일간 순매수한 종목 중 21~22일 추가로 사들인 종목은 남해화학과 코오롱 LG상사 SK가스 동아제약 녹십자 등 7개다.

반면 자산운용사들은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적극적인 주식 비중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펀드 내 현금 유동성 비중은 지난 주말 기준 8.85%를 기록,작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작년 8월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우려가 터져나오며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여서 펀드로 자금은 들어왔지만 갑작스러운 증시 하락으로 주식 편입을 잠시 미뤄두는 측면이 강했다는 점에서 지금 상황과는 다르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펀드 내 현금 비중이 높아진 것은 자금 유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식부문 평가금액이 낮아지면서 비중만 늘어난 것"이라며 "주식 성장형펀드의 경우 증시가 추가 하락해서 바닥을 확인하거나,반대로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뚫고 올라가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의 신용경색 완화를 위한 지원책이나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의 경제지표를 확인한 뒤에나 투자자금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