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은 걸출한 슈퍼스타들을 여럿 배출하면서 세계 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면 올림픽 전부터 유명세를 치렀던 일부 기존 스타들은 쓸쓸히 퇴장해 명암이 엇갈렸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서 확실하게 입지를 굳힌 이는 단연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3.미국)와 육상의 '선더 볼트'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를 꼽을 수 있다.

'펠프스와 볼트의 올림픽'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들의 실력과 인기는 대단했다.

펠프스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단일 대회 최다인 8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으며 1972년 뮌헨 대회에서 '미국 수영의 전설' 마크 스피츠가 작성한 7관왕 기록을 깨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개인혼영 400m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계영 400m와 자유형 200m, 접영 200m, 개인혼영 200m, 계영 800m, 접영 100m까지 우승하며 스피츠와 타이를 이뤘던 펠프스는 마지막으로 출전한 혼계영 400m마저 1위를 차지, 대망의 8관왕을 이뤘다.

4년 전 아테네에서 똑같은 8개 종목에 도전했지만 금메달 6개에 동메달 2개로 스피츠의 7관왕에 살짝 못 미쳤던 펠프스는 세계 수영의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수영에 펠프스가 있다면 육상에는 '가장 빠른 사나이' 볼트가 존재한다.

세계신기록(9초69)으로 남자 육상 100m를 우승한 볼트는 200m에서도 또 세계신기록을 작성하고 정상을 밟은 데 이어 400m 계주까지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볼트가 달렸다 하면 세계신기록이 나온 셈이다.

볼트는 또 1984년 LA 올림픽에서 100m-200m를 동시에 우승한 칼 루이스(47)에 이어 올림픽 역사상 '더블'을 달성한 아홉 번째 선수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6.러시아)도 빼어난 외모와 실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육상 스타.
이신바예바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5m5를 넘어 개인 통산 24번째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회 연속 올림픽 정상을 밟는 과정은 싱거웠지만 극적으로 세계신기록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얻어 감동이 있었다.

아시아에서도 수영 종목을 통해 슈퍼스타로 우뚝 선 주인공들이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1930년대 수영 강국 중 하나인 일본이 자유형 100m와 1,500m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적이 있기 때문에 박태환의 올림픽 자유형 금메달은 아시아인으로는 무려 72년 만에 나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일본의 수영 영웅 기타지마 고스케(26)도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평영 100m와 200m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스타로 부상한 기타지마는 한때 슬럼프에 빠지고 부상에 시달렸지만 평영 100m 2연패를 이루며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세계에 알렸다.

아테네올림픽 2관왕인 '다이빙 여제' 궈징징(27)도 올림픽 2관왕, 2연패를 달성해 통산 올림픽 금메달 개수를 4개로 늘리는 무서운 실력을 뽐냈다.

역도에서 세계 신기록을 다섯 차례나 작성한 장미란(25.고양시청)도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여자'란 타이틀을 거머쥐며 주목을 받았다.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22.스페인)도 테니스 단식에서 우승과 함께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라 테니스 스타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떠오른 별들이 있는 반면 진 별도 적지 않게 나왔다.

대표적인 경우는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한 '황색 탄환' 류상(25.중국). 류샹의 경기 포기로 중국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고 그를 광고모델로 쓰고 있는 나이키, 비자카드 등 광고업체들도 비상이 걸리기까지 했다.

한 때 '장거리 수영 황제'란 별명을 얻었던 그랜트 해켓(27.호주)은 이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켓은 1990년대 말부터 장거리 전문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자유형 400m에서는 박태환에게 한참 뒤진 4위로 밀려났고 1,500m에서도 은메달에 머물렀다.

세계 육상 단거리 종목을 휘어잡았던 미국 스타들도 단거리 종목에서 자메이카의 돌풍에 맥없이 무너졌다.

또 남녀 400m 계주 준결승에서도 마지막 주자 타이슨 게이와 로린 윌리엄스가 나란히 바통을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며 결승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망신살이 뻗쳤다.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0-3으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브라질 대표팀도 이변의 희생양이 됐고 일본의 간판 유도 스타 다니 료코(33)도 동메달에 그쳐 자국에 실망감을 안겨줬다.

또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7.스위스)는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단식 8강에서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베이징=연합뉴스)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