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은 중국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이 약진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아성이 흔들리며 세계 스포츠계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은 사격과 역도,체조,탁구 등에서 금메달을 독식,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3회 연속 우승을 한 미국의 4연패를 저지하며 스포츠 최강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태권도 양궁 등 전통적 강세 종목 외에 수영 야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스포츠 1부리그'에 올라섰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금메달 51개를 포함해 메달 100개를 획득,꿈의 '50-100'클럽에 가입하며 메달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50-100 클럽'을 달성한 국가는 미국과 옛 소련 두 나라에 불과하다. 옛 소련이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서 금 80,은 69,동 45개 등 총 195개의 메달로 1위를 차지했고 미국 역시 1984년 열린 LA올림픽에서 금 83,은 61,동 30개 등 총 174개의 메달로 1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두 올림픽이 각각 동ㆍ서방 진영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는 반감된다. 명실상부한 의미의 '50-100 클럽'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달성됐다.

옛 소련은 동서 양 진영이 모두 참가한 서울올림픽에서 금 55,은 31,동 46개 등 총 132개의 메달로 동독과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번에 중국은 역도 9개 체급에서 무려 8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남녀 기계체조 14개 중 9개 종목에서 우승했다. 금메달 8개가 걸린 다이빙에서도 7개를 가져갔다. 탁구도 단체,개인전 전 종목을 휩쓸었고 남녀 단식은 금,은,동메달이 모두 중국 선수들로 채워졌다.

한국은 금메달 13개,은메달 10개,동메달 8개를 획득해 국가별 메달순위에서 종합 7위를 확정지으며 8년 만에 아시아 2위에 복귀했다. 한국은 수영 야구 역도 등 금메달 종목이 다양해지고 질적 향상도 이뤄냈다. 일본도 한국에는 밀렸지만 8위로 무난한 성적을 냈다.

특히 미국 호주의 독무대이던 수영에서 박태환이 금메달(남자 자유형 400m)을 획득한 데 이어 중국의 장린(21)은 은메달을 따냈다. 일본의 기타지마 고스케(26)는 평영 1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야구 종주국인 미국을 꺾은 데 이어 세계 최강 쿠바까지 무너뜨리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종합 10위권 내에 5개국(러시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우크라이나)이 포함된 유럽에 이어 아시아 3개국(중국 한국 일본)이 진입하며 아시아권이 스포츠 강국으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에 이어 국가별 메달 순위 2위인 미국은 수영에서 12개,육상에서 5개의 금메달을 땄을 뿐 나머지 종목에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단거리 육상에서 참패한 데 이어 야구,소프트볼 등 전통적으로 강한 종목에서도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국은 메달 개수에서 110개로 중국(100개)을 앞섰다는 점에서 위안거리를 찾고 있다.

금메달 23개로 간신히 3위를 한 러시아는 '몰락'에 가까운 모습이다. 옛 소련은 1956년 멜버른대회 종합우승을 시작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까지 일곱차례나 세계를 제패한 스포츠강국이었다. 러시아로 참가한 1996년 애틀랜타대회부터 2000년 시드니대회까지도 미국에 이어 세계 2강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대회 때 금메달 27개로 중국(금메달 32개)에 처음으로 2위 자리를 내준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3위로 떨어졌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