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1일 정석수 사장님과 점심식사.' 현대모비스 부품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허량식 대리의 일정표에 적혀 있던 약속이다. 이 회사 글로벌전략팀의 이우채 대리 역시 같은 날 약속을 잡았다. 일반 직원들이 최고경영자(CEO)와 개별 식사 약속을 잡은 것은 'CEO 스페셜 런치'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예정된 날 정 사장과 점심식사를 한 허 대리는 24일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 가운데 CEO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한 것은 내가 처음일 것"이라며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56)은 이달부터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과 한 달에 한 차례 정기적으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실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소통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모비스가 추진 중인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캠페인의 하나로 마련됐다. 매달 한 차례씩 각 본부장이 대리부터 차장 직급 사이에서 추천한 8명 정도의 직원들과 정 사장의 점심자리를 주선하는 방식이다. 경영진과 하위급 사원들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활성화하고 직원들에게는 회사에 대한 애정과 신뢰감을 심어주자는 게 취지다.

격의없는 대화를 이끌기 위해 회사 인근 식당에서 함께한 이날 '스페셜 런치'에서 정 사장은 참석 직원들에게 항상 공부하고 준비하는 인재상을 강조하고 자신이 신입사원 시절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또 최근 읽은 경영서적을 한 권씩 선물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특히 경영 현안 등을 자세히 알려줘 직원들로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했고,직원들은 개인적인 애로사항에서부터 근무 현장의 분위기 등 여러 의견을 털어놓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와 사원들 간 소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스페셜 런치 참석 사원이 8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직원 개개인에게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이 밖에 사업장 순회 고충상담,종업원 지원 프로그램,본부장 계층별 호프데이 등 경영진과 일선 사원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현대모비스는 국내외 20여개 공장에 1만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