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억제, 조세정책으론 어렵다"

2001년 이후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이른바 `강남 4구(區)'의 아파트값 상승분에서 최대 70%가 `버블(거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파트 값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절반 수준에 달한다.

25일 윤형호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재정학회 학회지인 `재정학연구 2008-2호'에 실은 `2000년 이후 서울시 아파트가격 상승 분석-강남 4구 버블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 평당 최고 1천710만원 거품
이번 분석은 교통, 교육여건, 환경 등 주거요인별 혜택을 반영한 전세가격 등을 토대로 `정상 가격'을 계산한 뒤 매매 가격과 증가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격차가 버블에 해당한다.

분석 결과,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오른 2001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강남 4개구의 가격 상승분에서 버블이 차지하는 비중은 61~ 72%에 달했다.

이 기간 강남구 아파트는 평당(3.3㎡) 1천34만원에서 3천541만원으로 2천507만원 올랐는데 68.2%인 1천710만원이 버블에 의한 증가분으로 분석됐다.

서초구의 경우 935만원에서 2천762만원으로 1천827만원이 올랐고 61.3%인 1천121만원이 버블로 조사됐다.

송파.강동 지역은 버블의 기여도가 조금 더 높았다.

송파구는 가격상승분 1천661만원(865만원→ 2천526만원) 중에서 72.1%에 달하는 1천197만원, 강동구는 1천209만원(716만원→ 1천925만원) 가운데 72.6%인 854만원이 각각 버블로 나타났다.

송파.강동구는 상대적으로 재개발이나 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버블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컸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를 매매가격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0~ 60%에 해당한다.

지난해 3월 기준 송파구의 평당 매매가는 2천526만원으로 버블에 의한 가격상승분이 65.8%를 차지했다.

강동구는 1천925만원 중 62.8%, 강남구는 3천541만원 중 48.3%, 서초구는 2천762만원의 43.9%가 각각 버블로 계산된다.

◇ 버블 증가율 > 집값 상승률
증가율을 보더라도 버블의 증가율이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에 비해 크게 높다.

아파트가격이 가장 오랫동안 상승했던 200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를 기준으로 강남구의 평당 아파트 가격은 989만원에서 3천498만원으로 월 1.36%씩 증가했는데 버블은 월 2.29%로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기본적인 거주 가치를 반영하는 전세가격보다 버블이 훨씬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아파트가격 상승률을 앞지른 것이다.

전세가격은 같은 기간 441만원에서 969만원으로 월평균 0.84% 증가하는데 그쳤다.

강동구(1.95%), 서초구(2.18%), 송파구(1.95%)의 버블 증가율도 모두 가격 상승률보다 높아 버블의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형호 연구위원은 "강남 4구의 아파트가격 상승은 버블 증가가 주요인"이라며 "다만 학군 및 생활여건 편의성에 따른 과수요 전망, 재개발 가능성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 기대감, 신규 공급의 제한성 등에 따라 구별로 버블 증가율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과세로는 가격 안정 어렵다"
윤 연구위원은 이같은 버블의 원인으로 과잉유동성을 지목했다.

낮은 금리로 인한 부동자금이 유가증권 및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서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분당, 일산과 같은 대규모 신도시 공급책이 지난 98년 이후 거의 없었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혔다.

풍부한 유동성에다가 공급 제약이 더해짐에 따라 투자자는 버블 증가를 예상하고 투자에 나서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이익에 대해 과세를 하더라도 투자자는 버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기 때문에 가격 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즉 참여정부가 강화했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과세 정책으로는 가격 안정을 달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윤 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버블과 버블증가를 구분하는 것"이라며 "기초적인 버블이 끼어 있더라도 버블이 더 증가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현재 가격을 정상적이라고 믿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이익에 대한 과세나 이익의 제한과 같은 징벌적 정책으로는 가격 안정을 도모할 수 없고 자금시장을 관리하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표> 강남4구의 버블의 가격상승 기여
(단위: 만원, 평당)
┌───────┬─────────┬───────┬───────────┐
│ │ 가격 상승분 │ 버블 증가분 │ 버블증가/가격상승(%) │
├───────┼─────────┼───────┼───────────┤
│ 강남구 │ 2,507 │ 1,710 │ 68.2 │
├───────┼─────────┼───────┼───────────┤
│ 서초구 │ 1,827 │ 1,121 │ 61.3 │
├───────┼─────────┼───────┼───────────┤
│ 송파구 │ 1,661 │ 1,197 │ 72.1 │
├───────┼─────────┼───────┼───────────┤
│ 강동구 │ 1,209 │ 854 │ 72.6 │
└───────┴─────────┴───────┴───────────┘
* 기간 : 2001년 2월~ 2007년 3월
** 부동산114, 서울지역 아파트 월별 매매.전세가격 자료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