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비밀 병기를 둘러싼 명나라와 조선의 암투를 그린 사극영화 '신기전'(감독 김유진)이 다음 달 4일 개봉된다.

신기전은 서양보다 300여년 앞선 세종 30년(1448년) 개발한 세계 최초의 다연발 로켓포.수십개의 화살을 동시에 1∼2㎞까지 날려 적을 공격하며 조선 영토를 압록강과 두만강 지역으로 회복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제작진은 100억원을 투입해 5000여명의 전투신과 2500발의 신기전 발사 장면 등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코미디와 멜로 요소 등 오락성까지 더했다.

'신기전'은 사실에 픽션을 혼합한 팩션 드라마 '실미도''왕의 남자''화려한 휴가' 등의 계보를 잇지만 전작들과 달리 자긍심을 가질 만한 역사적 사건을 다뤘다. 흥행 멜로 '약속'과 형사영화 '와일드카드' 등을 연출한 중견 감독의 안정된 만듦새도 돋보인다.

신기전 개발을 막기 위해 명나라 황실이 조선의 화포연구소를 급습하자 연구소 도감 해산은 신기전 설계도와 함께 외동딸 홍리(한은정)를 피신시키고 자폭한다. 명은 대규모 무장 세력을 급파해 사라진 설계도와 홍리를 찾아 나서고 홍리는 상인 설주(정재영)의 도움으로 신무기 개발에 은밀히 착수한다.

이 같은 줄거리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의 등쌀에 시달린 현대 한국사와 닿아 있다. 명나라 사신 앞에 무릎을 꿇은 세종,조공으로 바쳐지는 내시,처녀를 궁녀로 바치라는 사신의 요구 장면들은 약소국의 수난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런 굴욕의 드라마는 독립과 기개의 상징인 신기전의 등장으로 반전된다. 수백발의 화살과 폭약이 날아드는 신기전의 발사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다 애국심까지 고취시켜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영화는 독립의 대가로 피와 땀을 요구하는 상황도 제시한다. 왕실의 핍박으로 가문이 몰락한 사람마저 외세의 침략 앞에선 왕실 편에 서고,신기전 개발에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는 장면들은 오늘날 독립국으로 존재하는 의미를 되새겨준다. 홍리와 설주가 엮는 코미디와 멜로적 요소도 흥미를 더해준다.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