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진 <에너지경제硏 선임연구위원>

학수고대하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성안돼 27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심의를 받게 됐다.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신ㆍ재생 에너지가 다른 주요 에너지옵션,즉 에너지효율이나 석유,원자력 등과 대등한 위치에서 논의된다. 특히 지난 8ㆍ15광복절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에서 녹색성장 동력으로서 신ㆍ재생에너지가 강조되면서 신ㆍ재생에너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각인됐다. 신ㆍ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커서인지 당초 배럴당 100달러의 유가전망에 기초한 2030년 9%의 신ㅍ재생에너지 보급목표는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최신 유가전망치인 119달러를 전제로 2030년 11%로 수정 제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설정된 신ㆍ재생에너지 보급목표에 대해 에너지전문가들 그리고 시민단체,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사실이다. 시민단체에서는 11%조차도 선진국에 비해 너무 낮다는 주장인 반면 정부 관계자와 신ㆍ재생에너지 연구업무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국내 부존여건(공급가능 잠재량을 의미)과 경제성 문제를 들어 그 실현가능성의 희박함을 지적한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치가 제시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실 시민단체가 주장하듯이 현재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국내 신ㆍ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을 20%로 올리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이상론이다. 시민단체는 원자력의 비중 확대를 저지하는 수단으로 신ㆍ재생에너지를 볼모로 잡는 전략을 취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신ㆍ재생에너지의 공급 잠재량에 근거해 신ㆍ재생에너지의 보급목표 확대를 끊임없이 주장한다.

이처럼 상반된 견해 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지속가능 발전의 3대 축인 환경과 경제,에너지가 균형을 이뤄야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가능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경제 및 에너지안정공급의 가치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신ㆍ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15%,더욱이 20%까지 확대해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면,또는 그런 비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이 집행돼 국민경제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그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현재 제시된 11%도 일본과 미국의 최대 전망치인 9.3%와 11.1%에 비해서 결코 낮지 않다. 또한 일본의 경우 2006년에 이미 신ㆍ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이 5.9%에 이르러 2030년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우리의 경우 물량 면에서 볼 때 2007년 대비 약 6배나 증가하고 연평균 약 8%의 신장률을 보여 1차에너지 증가율 1.1%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는 선진국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대단한 고속성장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신ㆍ재생에너지 공급목표는 정해졌고 이제부터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전략과 실행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기본전략은 이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방향이 제시됐고,구체적인 구성요소와 실행계획은 현재 용역과제로 진행 중인 제3차 신ㆍ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수립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양적 목표설정 외에 질적 목표 설정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보급목표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핵심 기술개발을 통해 산업을 일구고,나아가 수출산업으로 육성 및 성장동력화하는 넓은 시야로 신ㆍ재생에너지의 미래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과거 우리가 80~90년대 이룩했던 자동차산업과 반도체산업,IT산업의 눈부신 영광을 21세기에 신ㆍ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