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한 건설회사들이 해당 사업의 분양승인 취소를 청구하고 다시 분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계약이 저조한 단지라면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8.21 부동산 대책'의 전매제한 완화 혜택을 보는 게 오히려 낫다는 판단에서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전매제한 완화 조치에서 제외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건설사들도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재분양하는 방안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10~5년→7~3년) 조치는 8월21일 이후 분양승인 신청 물량부터 적용되고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기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전매제한 완화 혜택을 보지 못한다. 8월21일 이전 분양승인을 신청하고 아직 분양을 하지 않은 아파트도 혜택을 못 보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시에서 260여가구(전용 85㎡ 이하)를 분양 중인 A건설사 관계자는 "계약률이 10% 정도밖에 안돼 차라리 재분양하는 게 어떨지 검토해봤다"며 "현행 분양관련 제도상 재분양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계약률이 저조한 단지는 기존 계약자들이 향후 투자이익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데다 전매제한이 완화된 주택을 다시 사는 게 유리할 수 있어 재분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A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지가 공공택지이고 과밀억제권역이 아니어서 만약 재분양하면 전매제한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대폭 줄어든다"며 "수요자들이 분양가 못지않게 전매제한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재분양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런 단지의 계약자는 청약통장을 써서 당첨된 사람보다는 미분양 물량을 선착순으로 계약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청약 재당첨 금지 규정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다.

경기도 평택시 청북지구에서 최근 분양한 B건설사 관계자는 "우리 아파트는 10년 전매제한을 받게 되는데 앞으로 같은 청북지구에서 분양할 5~6개 업체 아파트는 전매제한 기간이 5년으로 축소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자기 회사 미분양 아파트가 악성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이 관계자는 "시행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이 정도 손실이 우려된다면 재분양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건설사 입장에선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미 납부한 계약금에 대한 금융비용,신의성실의 원칙을 저버린 데 대한 무형의 손실 등을 돈으로 환산해서 계약자에게 보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분양승인을 신청하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고 재분양에 따른 추가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포함시키기도 쉽지 않다. 또 해당 사업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로부터 잘못하면 낙인찍힐 수 있어 판단이 쉽지는 않다.

C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 계약자들의 움직임과 정부의 추가 미분양 대책을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최후 카드로 '재분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