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1070원대로 급등하면서 키코(KIKO) 등 통화옵션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중 최고치를 넘어선 환율이 1100원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피해 기업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0원가량 오르면 키코 거래를 한 업체 519개사(6월 말 현재)가 입는 환차손은 1000억원가량 늘어난다.

지난 6월 말 기준 실현손실 5103억원,평가손실 9678억원 등 1조4781억원의 피해를 입은 상장기업들의 손실 규모는 원ㆍ달러 환율이 6월 말(1046원)에 비해 현재 30원 정도 오른 것을 감안하면 1조9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키코는 환율이 상단을 넘어서면 계약금액의 2~3배를 시장가보다 낮은 지정환율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지난 상반기 121억원의 키코 관련 손실을 입은 상장업체 A기업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1043원을 넘을 경우 10원 오를 때마다 추가로 16억원씩 손실이 불어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원ㆍ달러 환율 1043원 수준에서 손실 가능액을 장부에 모두 반영했는데 이후 환율이 계속 치솟고 있어 추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환율이 1100원대를 넘어서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기업 실적 전망치를 수정하겠다는 증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는 3분기부터 기업들이 키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통화옵션 손실을 입은 기업의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된다"며 "환율이 당분간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 실적 전망치를 수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율 급등으로 수십억원대의 환손실을 당한 중소기업들은 키코를 판매한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토바이 수출업체인 S&T모터스는 SC제일은행을 상대로 '키코 계약으로 인해 48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현석/조재희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