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급하는 이른바 '오세훈 아파트'인 20년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해 장지.발산지구에서 첫 선을 보인 시프트는 지금까지 은평뉴타운,각종 재건축단지 등에서 총 2762가구가 공급됐다. 청약 때마다 평균 8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월세보다는 장기전세를 선호하는 데다 공급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시프트의 이 같은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는 지난 18∼22일 은평뉴타운 2지구 등에서 시프트의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평균 12.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번 물량은 △은평 2지구 1단지 내 전용면적 59㎡ 16가구 △84㎡ 160가구 △12단지 내 59㎡ 7가구 △84㎡ 155가구 등 총 407가구로 1순위자만 5009명이 몰려 평균 12.3 대 1로 마감됐다. 특히 양천구 신월동에 재건축으로 지어진 수명산 롯데캐슬 84㎡는 3가구 공급에 266명이 몰려 이번 청약에서 최고인 88.6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SH공사 관계자는 "월세로 내는 기존 국민임대주택은 대체로 평수가 작은 데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에 공급돼 실수요자층인 서민들의 외면을 받았다"면서 "게다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주거문화도 시프트가 성공한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임대주택이라고는 하지만 평면구조나 마감재 등도 일반 분양 아파트와 똑같은 수준으로 짓고 있다"고 소개했다.

즉 84㎡ 이상 중형주택을 과감히 늘려 품질을 높이고 입지도 시 외곽이 아닌 은평뉴타운,장지지구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 공급해 실수요자들을 대거 끌어들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20년 이상 내집처럼 살 수 있는데다 전세 보증금도 주변 시세보다 70~80%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전세금 반환도 서울시와 SH공사가 100% 보증한다.

실제 이번 은평 2지구 전세가격도 전용 84㎡가 1억2705만원으로 같은 평형대 1지구 전세가격이 1억6000만~1억70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약 4000만원(25~30%) 이상 저렴하다.

청약자격은 SH공사가 직접 짓는 시프트의 경우 서울에 사는 무주택 세대주로서 청약저축 통장 보유자여야 한다. 전용면적 59㎡형은 소득이나 보유재산 등에 제한기준이 있지만 84㎡형 이상은 그러한 제한이 없다. 재건축 시프트는 서울에 사는 무주택 세대주라면 청약통장 없이도 신청할 수 있다.

이 같은 인기에도 불구,공급물량이 워낙 적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시프트가 장기적으로 전체 재고주택(서울기준 약 236만가구)의 10%는 돼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또 주택 크기를 다양화하는 한편 비슷한 개념의 아파트를 전국으로 확대시켜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역세권 장기전세주택(1만가구) 개발 및 재건축아파트 매입과 시유지 내 건설(4만가구) 매입 등을 통해 총 5만여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