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의 이슈가 기업의 ‘수익성’ 문제에서 ‘신용’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경기둔화기의 투자대안이던 자산주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의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 상품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주가도 조정을 받으며 기업의 실적 추정치가 많이 하향 조정된 만큼, 실적 하향 우려는 이제 예전만큼 거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신용 악화로 받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며 자산건전성 악화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업가치를 믿을 수 없다면 자산가치(나아가 청산가치)에 의존하는 것이 경기둔화기의 통상적인 전략인데, 요즘 같이 신용경색이라는 문제가 추가된 상황에서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자산가치 평가에 쓰이는 대차대조표의 계정 자체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신용위기로 인해 기업의 유동비율과 당좌비율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당좌비율은 분자에 현금성 자산과 유가증권 외에도 재고자산과 미수금 등이 포함되어 왜곡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건설사의 공사 미수금과 미분양 주택을 그 예로 들며, 다른 업종과 기업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한 신용경색 상황에서는 돈의 몸값(이자율)이 올라가 자산의 할인율까지 큰 폭으로 상승한다며, 이는 운용금리(ROE:자기자본이익률)와 조달금리(COE:자기자본비용) 사이의 갭 확대로 이어져 대차대조표의 건전성이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자산의 명목가치보다 실제 가치가 매우 낮아지게 되어 대차대조표를 막연히 믿고 투자하기 어려워져 자산주들이 예전만큼 선전하기가 힘들다고 진단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뒤집어 생각하면 손익계산서에 이어 대차대조표까지 의심하게 됐다는 것은 마지막 고비가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다행히 지난 10년간 우리 기업들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개선되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했다.

이런 의미에서 남은 4개월은 신용위기의 마지막 고개를 넘어서는 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