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대비 원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5일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6.40원 폭등한 1078.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4년 11월17일에 1081.40원을 기록한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고치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급격한 환율 상승은 고물가 우려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이와 관련, 대우증권은 26일 "9월 채권시장과 부동산 경기불안에 따른 자금난이 원화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머징 수요의 안정성이 확인된 이후에 강세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도래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화, 금융기관과 기업의 자금난에 대한 걱정이 환율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은 외국인들의 자금이 일시적으로 이탈한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으나, 전반적인 국내 자금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환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증권사의 고유선 연구원은 "한국 경기둔화와 금리상승으로 자금조달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신용스프레드가 확대 일로에 있다"며 "금리인하나 경기회복을 통해 신용스프레드가 좁혀질 수 있으나 당분간은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는 원화가치 급락세가 멈추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자금난 완화와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위축 및 무역수지 악화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성장 모멘텀의 악화 가능성이 한국 수출둔화와 환율 불안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1000원 초반 수준의 복귀는 연말쯤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원/달러 환율 진정의 1차적인 조건은 국내 신용리스크 완화라고 판단했다. 삼성증권의 김성봉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와 9월 자금조달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채의 금리 안정 여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한양증권은 "최근 환율상승이 부각되면서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수급과 심리적인 측면에서 탄력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증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