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흰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과 5세 소녀 리무쯔가 피아노 협주곡 '황허(黃河)'를 연주했다. 마오쩌둥을 찬양하는 곡으로 중국의 포부를 당차게 알리는 자리였다. 이 연주가 '연출'이었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었지만 이들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랑랑이 중국의 13억명 인구가 자랑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는 점이다.

랑랑이 이탈리아 명품 관현악단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함께 한국에 온다. 이번 내한 공연은 정명훈씨의 지휘로 오케스트라·지휘자·협연자의 트라이앵글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연주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랑랑은 17세가 되던 1999년 8월 미국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갑작스런 병으로 불참한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앙드레 와츠 대신 무대에 올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랑랑은 이날 무대로 '폭풍우와 같은 열정적인 연주자'라는 명칭을 얻었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그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4번 음반은 클래식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라 스칼라는 1778년 오페라의 명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소속 오케스트라로 출발해 1982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지휘자 클라우디아 아바도에 의해 솔로 교향악단으로 데뷔했다. 특히 현악기 연주가 뛰어나다. 부드러우면서 선명한 음색도 강점이다. 이들이 연주할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장중하면서도 유려한 선율이 시종일관 듣는 이의 가슴을 휘젓는 작품이다. 피아니스트가 쉬지 않고 격정적인 연주를 펼쳐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곡이다. 곡이 강렬한 분위기를 띠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와 연주자가 균형을 잘 이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2004년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라 스칼라를 이끌고 내한했을 때 "라 스칼라는 독일-오스트리아 악단의 균형감과 이탈리아 오케스트라 특유의 유려함을 조화시킨 특급 악단"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라 스칼라는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도 들려줄 예정이다. 한 편의 긴 서사시 안에 청춘의 설렘,인생의 좌절과 공포 등 삶의 총체적인 모습이 들어있는 곡.정명훈의 깊이있는 해석이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장송곡이라 불리는 3악장에서 말러가 의도적으로 대비시킨 동심의 세계와 비정한 현실,천국과 지옥,선과 악의 갈등을 얼마나 재치있고 자연스럽게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내달 9일 성남아트센터,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7만~17만원.학생증이 있으면 공연 1시간 전 B,C 잔여석을 50% 싸게 살 수 있다. (02)518-7343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