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단계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내놨지만 1단계와 마찬가지로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미흡하다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럽다. 부처 통폐합,산업 간 융합 추세 등 여건 변화에 맞춰 분야별로 중복 설치된 공공기관을 통합하는 등 40개 기관의 선진화 방안을 마련한 것은 나름대로 평가받을 만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해당 부처와 기관들의 조직이기주의는 극복하지 못했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예컨대 과거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IT) 기능을 통합했기 때문에 대대적인 정리가 예상됐던 지식경제부의 경우 7개 기관을 4개 기관으로 줄이는 데 그쳤다. 특히 연구기획 및 평가 관련 기관들의 경우 정작 정보통신은 산업기술과 합치면서도 과거 산자부 내에 함께 있던 산업기술과 에너지를 끝까지 분리한 것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는 지금 산업과 에너지가 결코 따로 있을 수 없는 데도 부처 내 조직이기주의가 과감한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산업분야,에너지분야,산업기술정책을 불문하고 하나로 통합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쪽으로 즉각적인 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IT 진흥기관들의 경우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관광체육부 행정안전부 등이 서로 나눠 가졌다. 이럴 바에는 정보통신부를 왜 해체한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부처들이 저마다 진흥기관을 무슨 전리품처럼 하나씩 챙긴 격이고 보면 이것은 산업 간 융합과는 거리가 먼,영역다툼의 또 다른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그외 일부 공기업의 경우 기능조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또 1단계 공기업 선진화에서 민영화 의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국내 공항 중 일부의 경영권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대상은 공개토론회 등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민영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공기업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공기업 개혁은 그야말로 시늉만 내고 말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