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3번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유난히 '스킨십 외교'에 공을 들인 이유는 뭘까.

미.중 두 정상과 만날 때마다 친구 지기 우정 등의 표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포옹은 기본이다. 지난 4월 정상회담을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 갔을 때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첫 대면에서 포옹을 했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설 때나 떠날 때 부시 대통령의 등을 여러번 치면서 친근감을 표시했다.

지난달 일본 도야코 G8확대정상회의장에서나 지난 6일 청와대 정상회담 때도 여러번 서로 껴안고 등을 두드렸다. 서로 '나의 좋은 친구(my good friend)'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번 후 주석과의 만남에서도 이 대통령은 "오랜 지기처럼…"이라고 말했다. 서로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악수하는가 하면 26일 '이별'을 하며 뜨겁게 포옹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중국 지도자가 포옹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스킨십 외교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적인 신뢰'를 꼽았다. 김성환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국가 간 '제도적 수단'만 가지고는 양국이 결정적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인간적 신뢰'를 쌓아 놓으면 정상들이 '해결사' 역할을 하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간 쇠고기협상이 난관에 부닥쳤을 때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직접 통화를 하고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게 단적인 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얼굴만 봐도 마음을 다 안다고 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게 정상외교의 성공을 이끄는 주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대통령의 최고경영자(CEO) 시절의 경험이 '스킨십 외교'의 바탕이라고 전한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CEO 시절 공사 수주를 따내는 과정에서 인간적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터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이라크 시장 진출을 성사시키는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혁명정부의 형제,친구들의 우정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도 거론된다. 김 교수는 "스킨십 외교를 너무 앞세웠을 경우 국가 간에 냉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을 지나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 땐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이어도 영유권 주장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 때도 방위비 분담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의제에서 제외됐다. 임 교수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스킨십 외교만 강조했다가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국익 손상이 있었다"며 "스킨십 외교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영식 기자/정원하 인턴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