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그동안의 약세에서 벗어나 6년 강세 사이클에 본격 진입했다. ' 최근 달러 강세 기조에 대한 월가의 진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달러 움직임은 지난 30여년간 5~7년 주기로 상승 또는 하락세를 되풀이해왔다"며 "이번에도 6년 이상의 약세를 거친 후 상승으로 반전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달러 가치는 지난달 중순 이후 유로화에 대해 8%,엔에 대해선 5% 오르는 등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파커 킹 푸트남 인베스트먼트 외환투자담당은 "일부 고객들이 달러자산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장기 추세 변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외 투자를 주로 하는 뮤추얼펀드 송금액은 최근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중 이들 펀드의 해외 송금액은 90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800억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비달러화 자산 투자 붐이 수그러들고 있는 것이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배경으로는 우선 예상보다 심각한 유로존(유로화 사용지역) 및 일본의 경기침체가 꼽힌다. 최근 유로존의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유로화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일부 외환딜러들은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30%가량 싼 것으로 분석했다. 달러 가치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스티븐 잉글랜더 외환투자전략가는 "유로존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ECB(유럽중앙은행)가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유로당 달러 가치는 연말까지 1.43달러,내년 1분기엔 1.40달러 선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경색으로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달러 회복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