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업계가 야구시합처럼 공수를 교대하며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상황에 직면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입자 정보를 유용한 초고속인터넷 업체에 차례로 신규 가입자 모집 정지 제재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7월부터 40일간 제재를 받아 수세에 몰렸던 하나로텔레콤이 이달 말부터 각각 30일,25일간 신규 모집 제재를 받는 KT와 LG파워콤을 상대로 역공에 나서는 형국이다. 이례적으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1,3위 업체가 동시에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서 서비스에 신규 가입하는 사람들이 특정 회사의 상품만 선택해야 하는 등 소비자 혼란도 예상된다.

◆하나로,KT.LG파워콤 공수 교대

하나로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용 문제가 터진 지난 5월 이후 마케팅 중단과 영업정지 여파로 가입자 23만명을 잃었지만 9월부터 이를 되찾아올 수 있는 반전 기회를 얻었다. 하나로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인터넷TV(IPTV)를 묶은 새로운 결합상품도 준비 중이며 영업정지 기간 축소했던 마케팅 비용을 다시 확대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용 문제가 마치 하나로텔레콤만의 문제처럼 비화되면서 상당수 가입자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며 "경쟁사들도 비슷한 제재를 받게 돼 가입자 이탈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수비로 돌아서야 하는 KT와 LG파워콤은 제재 기간 중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혜택을 강화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맞설 계획이다. KT는 기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집전화나 메가TV,와이브로를 함께 쓰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결합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카드사,디지털기기 업체 등과의 제휴 이벤트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장기 가입자에게 할인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G파워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마케팅 시스템을 개선하는 동시에 이를 고객에게 알리는 캠페인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상품 가입시 소비자 혼란 우려

KT와 LG파워콤은 이달 말부터 동시에 초고속인터넷 신규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 복수의 통신업체가 함께 영업정지 제재를 받는 것은 유.무선 통신 시장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이 기간에 초고속인터넷에 새로 가입하려는 사람은 하나로텔레콤이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9월 한 달간 통신 요금을 대폭 깎아주는 KT와 LG그룹의 결합상품에 쉽게 가입할 수 없는 것도 소비자 제약 중 하나다. 이미 KT와 LG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을 쓰고 있는 사람만 이들 계열사의 집전화,인터넷전화,인터넷TV 등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에 소비자 선택권이 일부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잘못된 텔레마케팅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