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국내 경제인들 간 오찬간담회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했다. 후진타오는 베이징올림픽을 앞세워 강성대국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국가의 원수답게 자신에 찬 목소리로 세계 경제의 흐름과 자국 경제의 현안들을 짚었다고 한다. 한국기업들에 더욱 각별한 관심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정된 오찬시간보다 한 시간 빠른 오전 11시부터 속속 행사장에 도착한 국내 기업인들 역시 설렘과 기대로 후 주석을 맞이했다. 특히 후 주석이 올림픽 폐막 직후 한국을 선택했다는 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였다.

"한국과 중국의 이익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합치된다는 공감대가 양국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그만큼 중국이 한국을 중요한 경제파트너로 인식한 것 아니겠느냐."(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을 지켜보면서 명실상부한 '대국화'를 꿈꾸는 중국인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된 우리 국민들처럼,오찬을 마치고 나온 일부 기업인들은 경계심과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은 주로 중국이 우리나라 제품들을 사가는 형편이지만 양국 교역규모가 2000억달러를 돌파하는 2010년께엔 새로운 양상이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한 기업인은 "최고 지도자인 후 주석의 적극적인 마인드와 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리더의 자질이,한 단계 높은 비상을 꿈꾸는 중국경제의 성장가도와 맞물리는 그림을 상상해보면 전율감이 들 정도라고 했다.

이날 오찬을 계기로 얻은 여러 가지 성과에도 불구하고 향후 중국사업에 근거 없는 낙관이나 지나친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글로벌 시장은 철저하게 경제논리로 굴러간다. 정치적인 협력관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한국이 중국시장을 사로잡을 만한 경제적 역량을 갖춰야만 이익을 얻어낼 수 있다. 베이징올림픽은 끝났지만 '경제 올림픽'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안재석 산업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