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는 매년 줄고 있는데도 오히려 규제 자체는 점점 더 불합리하게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사회보험 적용 확대 등의 방안이 제시됐으며,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또 다른 입시학원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B학점 이상은 변호사시험을 면제해주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건국 60주년 기념 한국법률가대회' 이틀째인 26일에도 참석자들은 규제 개혁,비정규직 등 사회적 핫이슈를 놓고 대안 마련에 고심했다.

이원우 서울대 법대 교수는 '행정규제-규제개혁 및 규제완화'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경제 규제의 불합리성은 두 가지 측면인데 하나는 정부기관의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필요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규제 자체가 점점 불합리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필요한 규제가 적절하게 정비되지 않는 한 불필요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생기는 '규제 완화의 역설'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전반의 금융규제 완화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켜 1997년 IMF 외환위기의 주범이 됐으며 1999년 건설산업 진입규제 완화는 건설산업의 총체적 위기와 건설업 붕괴의 위기를 불러와 정부가 2001년 진입규제를 다시 강화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이 교수는 "규제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만나 규제가 창출된다고 여기는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규제시장에도 일종의 암시장이 존재한다"고 역설했다.

이헌 변호사도 "국내 규제법령이 지나치게 처벌 위주이고 그 강도가 높아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의 아니게 전과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제도를 만들어야만 시장 친화적인 실질적 법치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사회 보장과 관련,최윤희 건국대 법대교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 내지 정규직화는 사실 노동 관련 입법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측면이 크다"며 "결국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계층을 위한 보호 대책으로는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현실적으로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직무평가가 필수적"이라며 "현재 기업별 노조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직무평가를 통해 합리적 수준에서 임금 격차를 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김기창 고려대 법대교수는 "로스쿨 제도를 어렵게 도입해 놓고선 또다시 법률가 선발을 국가시험 한판으로 결정짓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로스쿨 시험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법원 변호사단체 로스쿨 학장단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재학 중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법률 기초과목을 선정하고,로스쿨 2학년 말께 기초과목 종합 시험을 실시해 C학점 이하를 받은 과목에 한해 변호사자격시험을 치르게 하자고 제안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김정은 기자 upyks@hankyung.com

김정환/최창규 인턴(한국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