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불안으로 소비심리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와 미래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소비심리 위축에 결정적으로 악영향을 미쳐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소득계층과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소비심리가 가라앉은 데다 향후 소비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대상 가구 3분의 2가량이 소비를 줄였으며 '앞으로 식료품비와 교육비를 빼고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한 가구가 10가구에 7가구를 넘었다.

◆소비심리 외환위기 이후 최악

올 1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하락한 소비자태도지수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기준치(50)에 미달했다. 특히 이번 3분기에는 모든 소득계층에서 소비자태도지수가 하락해 물가불안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전체 소득계층으로 파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저소득계층 지수가 크게 하락한 데 이어 2분기에는 고소득계층까지 확산된 것이 굳어진 양상이다. 연령별로도 전 연령대에서 전분기보다 하락해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30대는 10.5포인트 내린 37.6을 기록하면서 전체 지수 하락폭(10.1포인트)의 세 배 이상의 하락폭을 보였다.

이처럼 소비자태도지수가 급락한 것은 지수의 구성지표 가운데 현재경기판단지수(17.8)와 미래경기예상지수(41.7)의 하락폭이 컸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좋지 않은 경기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소비심리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경기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답변한 것은 고유가와 관련된 물가상승이 68.6%로 가장 많았다. 이외 정치사회 불안과 고용상황 악화가 각각 17.6%와 4%로 나타났다.

◆교육비 빼고 다 줄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유가상승 등으로 소비지출을 줄였다고 응답한 611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줄인 항목은 외식비(33.7%)와 교통비(32.6%)였다. 자가용 보유가구 중 66.9%가 운행을 중지하거나 감소시켰다. 그러나 교육비 지출을 지목한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없는 항목으로도 교육비(39.6%)와 식료품비(37%)가 지목됐다.

고유가 현상이 지속될 경우 71%의 가구가 소비지출을 추가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추가적으로 줄일 항목으로도 외식비(33.2%)와 교통비(22.6%)가 가장 많이 꼽혔으며 교육비는 3.2%에 그쳤다. 특히 최근 유가상승에도 현재 소비지출을 줄이지 않은 것으로 응답한 가구 중 55%가 향후 유가가 현재 수준이거나 상승할 경우 소비지출을 줄일 것으로 응답했다.

◆향후 소비전망도 비관적

올 3분기 현재소비지출지수는 40으로 전분기 대비 7.4포인트 하락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18.9포인트 하락) 이후 10년6개월 만에 가장 많이 떨어졌다. 소비의 선행지수인 미래소비지출지수 역시 44.6으로 전분기 대비 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분기 49.8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면서 향후 소비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