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투자유치 … 컨소시엄 구성 관건
STX.삼성중공업 막판 거취에도 눈길

현대중공업이 2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복합적이다. 삼성중공업 등 경쟁자를 따돌리는 동시에 LNG(액화천연가스)선 건조 등 대우조선의 강점을 흡수,조선업 경쟁력을 대폭 키우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더라도 최종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인수전 참여 목적으로 거론된다. '꽃놀이 패'를 들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전에 뛰어들고 STX그룹 등 일부 조선 업체들이 참여 여부를 타진하면서 포스코 GS 한화그룹의 3파전으로 예상됐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4파전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가세] 8兆 M&A…실탄싸움 시작됐다
현대重, 자금력 앞세워 최강 굳히기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선박 수주 잔량은 1478만t.세계 1위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합쳐 수주 잔량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점유율 9%가량을 기록하고 있는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그룹 차원에서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을 30% 가까이로 높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 표명으로 '다목적 카드'를 쥐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참여로 인수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못하더라도 다른 기업의 힘을 빼거나 '승자의 저주'에 걸리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1~2%씩 지분을 맞교환하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의 관계를 고려할 때 본입찰을 앞두고 양사가 전격적인 협력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인수전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 여론과 정치적 특혜 논란 등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점유율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독과점 문제 제기 가능성도 잠재적인 악재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가세] 8兆 M&A…실탄싸움 시작됐다
造船 대어 낚기.피말리는 인수전

현대중공업의 인수전 참여로 포스코 GS 한화 등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STX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검토 중이지만 최근 노르웨이 아커야즈사(社)의 경영권 장악을 위해 7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 상황이어서 독자 입찰보다는 컨소시엄 참여에 무게가 실린다.

포스코는 부채 비율이 24%에 불과하고 현금이 6조원,이익잉여금이 20조원을 넘어 자체 자금만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충분히 인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GS는 2005년 출범 직후부터 대우조선해양인수 전담팀을 구성,인수자금 조달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화는 9조원대의 자금 확보 방안까지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은 별도의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지 않고 7조원에 달하는 내부 자금을 동원해 인수전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등 아직까지 인수전 참여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기업들도 자극을 받아 인수전에 가세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산업은행의 매각 대상 지분 9639만3000주(50.4%)의 시가총액은 대략 3조5000억원 안팎.여기에 3조~4조원으로 예상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혀지면 인수가는 7조~8조원 선으로 올라간다. '실탄'싸움이 격화된다면 가격은 예측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수전 참여 업체들은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동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대 1조5000억원가량의 국민연금관리공단 자금이 어디로 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물밑 신경전도 치열

대우조선 인수전이 뜨거워지면서 물밑 신경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경제 4단체 주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오찬에 참석한 인수전 참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무조건 노코멘트"라고 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실무진들이 뛰어다니는 것으로 안다"며 즉답을 피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장고 끝에 악수를 두지는 않겠다"고 밝혀 대우조선 인수전 참여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임을 내비쳤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故)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10주기 추모식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 불가론'에 대해 "음해세력의 논리"라며 발끈했다. 그는 또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는 무엇보다 중국으로부터 한국 조선산업을 지켜내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장창민/안재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