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5개 지방은행이 퇴출되는 등 금융권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대구은행은 그 해 4828억원의 적자를 내며 지방은행 중에서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부실 대출 규모도 9000억원을 넘어서며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를 나타냈다.


당시 대구은행은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이 같은 어려움을 벗어나는 발판을 만들었다. 대구 지역민들은 내고장 은행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나섰다. 당시 은행 측은 '우리 은행 주식갖기 통장'에 3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몰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구은행이 오늘날 고배당주로 꼽히는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상반기 기준 소액주주의 비율은 69.1%로 부산은행(54.6%)이나 전북은행(40.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대구은행은 2002년 순이익이 1000억원대로 올라서자 그 해부터 전체 이익의 25%가량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이후 배당성향은 해마다 높아져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792억원으로 순이익 2608억원의 30%에 달했다.

최근 동부증권은 대구은행을 고배당주로 제시했다. 이 증권사 강성원 연구원은 "대구은행은 과거 5년간 지속 배당,올해 순이익 발생 전망,작년 대비 주당순이익(EPS) 증가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종목"이라며 "배당에 대한 믿음이 큰 데다 이익유보금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며 "실적도 탄탄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3분기에 순이자 마진이 소폭이나마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지역 경기의 부진을 내실 경영으로 잘 헤쳐나가고 있다"며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65.2%로 타행보다 높고 중소 건설업 관련 대출이 다소 많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며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선 자산 건전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목표가는 1만3400(삼성)~1만9000원(굿모닝신한) 수준이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