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말 40만원이던 주가가 현재 20만원 수준으로 내려앉은 주식은?

1998년 680대였던 코스피지수가 10년동안 2배 이상 오르는 동안 되레 반토막난 이 지지부진한 주식은 통신업종 대장주, SK텔레콤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인 1998~2000년 통신주는 국내 주식시장의 꿈이었으나, 2000년 말 IT 버블 붕괴와 함께 무려 8년동안 침체를 거듭해 왔다. 올해 역시 1800대이던 통신업종 지수가 1400대로 미끄러진 상태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통신업종을 '재미없는 주식'이라고들 말한다. 그런 통신주에도 변화의 기류가 꿈틀거리고 있다. 경쟁 완화와 M&A, IPTV(인터넷TV)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매력을 높이며 약세장의 대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발목 잡던 출혈 마케팅, 끝이 보인다

지난 21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주요 통신사업자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마케팅 경쟁에 사용하는 돈을 중소기업 지원과 콘텐츠 활성화 등 투자에 사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방통위는 월별 또는 분기별로 통신사들의 마케팅비 지출 현황을 점검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친 마케팅 비용 지출이 통신업체들의 실적과 주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보조금, 광고선전비 등으로 집행한 마케팅 비용은 모두 3조213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31%에 달한다. 해외 통신업체들의 평균치에 비해 매출액 대비 10%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이 아니더라도 이같은 출혈 경쟁은 완화되는게 자연스런 흐름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 4월부터 도입된 의무약정제가 핵심이다.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을 할 수밖에 없게 했던 높은 해지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의무약정이 없는 경우 전체 가입자가 해지가능자인데 반해, 의무약정이 있으면 그 범위가 축소된다"며 "국내 평균 의무약정 기간은 22.6개월로 추정되며 이를 상반기 기준 해지가능자 해지율 47.3%에 적용하면 26.8%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통신업체의 설비투자 규모가 일정부분 증가할텐데,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며 "마케팅비 축소가 당장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설비투자 증가는 중장기 수익성에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 결합 서비스 시대 개막, 활력 모멘텀

초고속인터넷과 이동전화 등 2개 이상 통신서비스를 묶어서 판매하는 결합상품 판매가 향후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결합서비스는 통신업체 입장에서 경쟁 격화와 매출 감소라는 부정적 요소가 있지만, 잘만 운영하면 이득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결합서비스가 의무약정제와 같이 해지율 하락과 마케팅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10월 상용화를 앞둔 IPTV나 와이브로(무선인터넷) 등 신규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3세대 네트워크 및 휴대폰에 접목될 와이브로의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으로는 결합서비스를 통한 자연스러운 요금인하가 인위적 요금인하 압력을 줄이는 효과적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T-KTF 합병, 머지 않았다

남중수 KT 사장은 지난 21일 최시중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선발 사업자와 후발 사업자를 차등 규제하는 '유효경쟁정책'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KTF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최 위원장은 "시장을 감시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나 사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도 규제기관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인수합병 최종 승인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와 KT측이 이미 어느 정도 교감을 가졌으리란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KT와 KTF의 합병은 오랫동안 제기된 사안이지만, 이제는 때가 무르익은 것으로 보인다. 한 몸이 된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이 결합서비스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만큼 KT측에서도 더 이상 미적거릴 여유가 없다.

특히 KT는 수년째 매출 11조원의 벽을 넘지 못하는 답답한 정체를 보이고 있어 새로운 동력이 절실하다.

합병 예상 시기와 관련, 이동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2~3월 KT 주주총회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미 KT의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이 법률적 논의 등을 마치고 정부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이며, 3분기 말 이후 합병 추진 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