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세운상가 일대에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건립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시는 중구와 종로구가 세운 재정비촉진지구의 최고 높이를 122m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재정비 촉진 계획안에 대한 주민 공람(계획내용 공개 및 의견청취 절차)을 지난 18일 완료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동안 세운상가 일대에 높이 900m 이상 220층짜리 초고층을 짓게 해 달라고 요구했던 중구청은 지난해 말부터 주민 공람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서울시의 고도 제한 움직임을 저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중구청이 주민 공람에 협조함에 따라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대신 당초 서울시 계획대로 35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들이 들어서게 됐다. 시는 중구와 종로구 구의회 의견청취,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9월 중 계획안에 대한 고시를 완료할 계획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주민 공람에 협조하면 서울시의 높이 제한을 막을 무기가 사실상 사라지지만 무작정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을 지연시킬 수는 없었다"며 "절차는 그대로 따르되 도심부 높이 제한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다만 내년으로 예정된 서울시 도시기본계획 재정비시 세운상가 일대를 포함한 사대문안 도심부의 높이 규제 완화에 대해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세운상가 일대에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대문안 높이 규제 완화에 대한 중구의 요구가 거세 검토는 한번 해 보겠다는 의미"라며 "초고층은 600년 수도 서울의 역사ㆍ문화 자원과 도시 경관을 해칠 수 있어 마구잡이식으로 높이 규제를 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도 "도시기본계획 재정비 과정에서 남산 높이(262m)까지는 건축물을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이 중구의 입장"이라고 말해 900m 이상 초고층을 계속 고집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높이 262m까지 건축이 허용되면 사대문안에는 50층 안팎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경쟁 도시인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 등 랜드마크 건축물들의 높이가 230m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서울 도심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남산 높이 정도로는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사대문안의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2000년 '도심부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원칙적으로 사대문안 건축물 높이를 90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