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좋아지지 않으면 자회사는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 상장할 생각입니다." 국내 증시 상장 1호 외국기업인 중국 3노드디지탈그룹의 류즈슝 회장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8월 고심 끝에 한국 증시를 선택해 들어왔지만 투자자들이 회사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국내에 상장한 직후엔 11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기세를 올렸지만 이내 곤두박질쳐 올 들어 주가는 공모가 근처에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내 상장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려 했던 3노드디지탈은 주가 급락으로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졌다. 바다 건너 증시를 찾아온 외국 기업으로선 당연히 서운할 수 있다.

일반투자자들도 "도대체 회사의 내용을 알 수 없다"는 불만이 많다. 이 회사의 서울사무소가 있긴 하지만 주요 사항은 예외없이 중국 본사의 확인을 거쳐야 해 즉각적인 답변을 얻기 힘들다. 시가총액(850억원 선)이 작아 증권사들의 관심권에서조차 벗어나 있고 언론에 소개되는 기회도 거의 없어 투자자들은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 5월 내년까지 50여개 외국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 실적은 '제로(0)'다. 중국의 연합과기유한공고유한공사가 지난달 공모를 추진하다 포기한 것이 전부다. 3노드디지탈 예에서 보듯 국내 증시 상장에 따른 메리트가 거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국내에 주식예탁증서(DR)가 상장된 중국 섬유업체인 화풍집단의 경우 홍콩증시에서 금융주에 밀려 주가가 홀대받자 국내에 동시 상장하는 길을 선택했지만 현재 국내 주가는 홍콩 증시와 같은 가격에 그쳐 효과를 보지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선진시장들은 해외기업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유망기업의 해외증시 상장을 억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거래소 측도 해외기업 유치설명회를 여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상장절차 간소화,법인세 감면 같은 특단의 당근을 제시하지 않고는 '알짜'가 아닌 '쭉정이'만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을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조재희 증권부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