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글로벌 1위라는 명성을 강조해온 현대중공업이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인수전 참여를 전격 선언하면서 부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 참여를 선언한 이후 긍정적 시각보다는 부정적 의견들이 급부상 하고 있다.

'인수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일단 찔러보기 아니냐', '실사 과정 등을 통해 경쟁사 내부정보를 염탐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 컨소시엄 형태가 아닌 단독으로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시장 반응이 부정적 시각을 넘어 비난 수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인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논리적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인갑 굿모닝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은 조선 비중의 무리한 확장 어려움이 존재하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자금도 필요한 때"라며 "특히 세계 선박 시장 점유율 및 시너지, 컨소시엄이나 관련 사전 준비 등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수희망 업체 중에서 현대중공업의 현금 동원 능력은 가장 탁월하지만 인수 가능성을 낙관하기에는 이른 면이 너무 많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당사자격인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동종업체의 인수참여는 아예 예비입찰 단계부터 걸려내야 한다며 반격을 벼르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예비실사를 핑계로 영업 및 생산시설 정보를 무차별로 빼내갈 수도 있는 만큼 예비 입찰대상 자체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독자적인 프로젝트 수행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 동종 업체가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설계, 영업 등 중복되는 분야가 발생하면서 기존 일자리만 없애는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업은행 측과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하지만 만약 경쟁 조선사를 인수 후보군에 포함시킨 다면 매각일정 차질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대외 창구인 그룹 홍보팀은 그동안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해 "검토 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딱 잡아떼왔다.

그러나 시장에서 인수전 참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나오자 "글로벌 1위 업체가 그렇게 하겠느냐"며 오히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놓칠수 없는 대형 매물을 두고 불꽃튀는 인수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전략적 판단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세계 1위 업체의 행보라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 독과점 지위에 따른 부담 등이 작용해 매각공고 시점까지는 의사표명을 하지 않을 것으로는 봤다"면서도 "하지만 공식 라인을 통해 '검토도 않고 있다'고 연막을 쳤다가 인수의향서 접수 하루전에야 전격 참여를 발표한 것은 글로벌 1위 업체에는 어울리지 않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제 현대중공업이 본 입찰단계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이날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결과 예상대로 포스코와 GS, 한화, 현대중공업 등 총 4개 업체가 출사표를 던져 인수전은 4파전으로 압축됐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