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운용 인력의 잇단 이탈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 6월 박해춘 이사장에 이어 김선정 기금운용본부장이 새로 선임됐지만 일선 운용전문가들의 이동으로 인한 국민연금의 자금 운용상 공백도 우려되고 있다.

27일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증권운용실 내 유승록 주식팀장을 비롯한 5~6명의 인원이 조만간 자리를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주식이나 채권 운용부문 핵심 인력들이다. 유 팀장은 내주 초 C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며 최 모차장은 P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팀 내 주식·파생운용을 담당하는 2명의 직원이 더 있긴 하지만 운용 규모가 크지 않아 지난 6월 말 기준 15조원에 이르는 국내 주식 직접투자 자금을 사실상 김 모차장과 박 모과장 등 2명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또 리서치팀의 유 모과장도 S자산운용으로 이동할 예정이며 이들 외에 채권팀 내 2명 등 운용실 내 2~3명의 추가 인력이 업계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이직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6월 말 기준 228억원의 자금을 운용 중이며 이 중 증권운용실은 해외투자나 대체투자를 제외한 200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달 들어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자금 집행이 주춤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박 이사장이 연말까지 4조~9조원의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본부장이 새로 선임된 데다 막상 운용을 담당하는 실무자들까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상황이어서 자금 운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이달 들어 26일까지 98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주식비중을 줄였고 그나마 주식·파생운용 담당자를 통해 주식보다는 선물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운용실 내 인력이 이처럼 한꺼번에 자리를 옮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