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산 시가나 프랑스산 무쇠 주물 냄비 등 일부 고소득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마니아 상품'이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해외 생활 경험자가 증가하면서 과거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이들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유통업체들도 이에 맞춰 물량을 추가 확보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시가는 특급호텔이나 유명 바 등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백화점 등으로 유통 채널이 보편화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지하 1층 와인매장에서 도미니카산 '큐에스타 레이 켑티바 튜보',쿠바산 '애쉬튼 모나치 튜보' 등 남미산 인기 시가를 판매 중이다. 지난해에는 판매 아이템이 고작 2종에 그쳤지만 이달부터는 12종으로 늘어났다. 3~4년간의 숙성 과정을 거쳐 깊은 맛을 내는 시가가 와인과의 '궁합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매장 관계자는 "한 개비에 평균 1만5000~2만원 하는 고가 제품이지만 일부 인기 제품은 입고된 지 1주일도 안 돼 다 팔리고 있어 앞으로 물량을 두 배가량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냄비 한 개 가격이 27만원을 웃도는 프랑스산 주물 냄비 '르쿠르제'도 국내 판매 초기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들어 뚜렷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 지난달 4억1000여만원어치가 팔려 지난해 같은 달(2억6100여만원)에 비해 55%나 급증한 것.무게가 4㎏이나 되는 이 무쇠 냄비는 일반 스테인리스 냄비에 비해 40%나 무겁고 값도 비싸 2006년 수입 초기에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먹거리 안전 문제로 집에서 고급 요리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음식물의 수분 증발을 억제,음식 고유의 맛과 영양분을 지켜주는 냄비 성능이 각광받고 있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독일 BMW 계열의 미니 자동차 로고가 달린 'BMW미니냉장고'도 고객층을 넓혀 가고 있는 마니아 품목.지난해 말 신세계백화점 내 편집 매장 '티오도(t'odo)'에 첫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일부 자동차 마니아들만 찾는 정도였으나 이달에는 판매 목표치인 50대가 벌써 동이 난 상태다. 매장 관계자는 "가격이 27만원 정도로 일반 미니냉장고(10만원대)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은 데다 깜찍한 디자인이 어필해 여성들이 화장품 냉장고용으로 많이 찾고 있다"며 "발주 물량을 2배로 늘려 놨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