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매가 '홀로' 지수 하락을 막는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 공세를 멈추지 않고 기관투자가는 한껏 움츠러든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매만 지수를 떠받치는 양상이다.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이 8조원을 넘어 자칫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 폭탄'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코스피지수는 3.67포인트(0.25%) 오른 1493.92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498선까지 뛰어 1500선 탈환을 노렸지만 2800억원이 넘는 외국인 매도로 실패했다. 기관은 4482억원 순매수를 보였지만 5599억원의 프로그램 매수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순매도했다는 계산이다. 전날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프로그램 매수세는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가 확대돼 위험 없이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매수차익거래(고평가된 선물을 파는 대신 저평가된 현물을 사는 것)가 활발해진 데 따른 것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베이시스가 1.3 안팎에 달했고 이를 연수익률로 환산하면 11%가 넘는다"며 "만기일인 다음 달 11일까지 약 2주 동안 아무런 위험 없이 이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차익거래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지수를 방어하는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매수차익 잔액이 만기일을 앞두고 언제든지 매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수차익 잔액이 8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돼 있지만 실제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물량은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관이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차익거래에만 집중하는 상황이 해소돼야 본격적인 증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대다수 운용사는 펀드 내 주식 비중을 90% 초반 수준으로 낮춰놓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며 "간혹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기까지는 소극적인 매매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