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정보기술)주들이 연일 하락하며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통상 하반기는 계절적 성수기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예년보다 줄어들면서 실적 둔화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장중 한때 51만7000원으로 4% 넘게 밀려나며 지난 1월11일의 연중 저점(51만1000원)을 위협했다.

막판 낙폭은 다소 줄었지만 종가는 1만원(1.85%) 떨어진 53만원으로 마감되며 이틀째 약세를 나타냈다. 하이닉스(-3.65%) LG디스플레이(-2.66%) 삼성테크윈(-5.35%) 등은 나란히 52주 신저가로 밀려났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IT 수요가 줄어들면서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등이 하락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부진한 IT주들의 실적이 하반기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하반기 반도체 수요가 올해처럼 상반기보다 못한 경우는 없었다"면서 "PC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고 있어 향후 가격 하락 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리먼브러더스는 반도체와 LCD의 부진에 휴대폰부문의 마케팅 비용까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758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현재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1조685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JP모건은 "하이닉스 역시 업황 부진에 고정비부담 증가로 내년 1분기에나 흑자전환할 전망"이라며 "주가가 1만80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나 LCD 외 다른 기술주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맥쿼리증권은 "디지털카메라의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사업이 3분기 적자로 돌아선 뒤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글로벌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외국인들도 IT주를 외면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최근 나흘 동안 IT주를 346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도 금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삼성SDI 등을 특히 많이 팔았다.

대형주들은 수요 부진 우려에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자화전자(3.54%) 네패스(6.16%) 코텍(2.69%) 등 중소형 IT주들은 불황에 강하다는 분석에 동반 강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들 종목은 업종 내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넓은 고객기반을 갖고 있어 IT 경기 둔화 우려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