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탈북 여간첩 원정화가 경찰 및 군 수사기관이 내사에 착수한 뒤에도 반년 넘는 기간 일선 군 부대를 돌아다니며 현역 장병을 상대로 50여 차례 안보강연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기무사에 따르면 원정화는 2006년 11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일선 군 부대를 돌아다니며 현역 장병을 대상으로 52차례에 걸쳐 안보강연을 실시했다.

기무사 등의 수사결과 원 씨는 강연에서 '아리랑 축전' '조선의 노래' 등 북한을 찬양하는 CD를 상영하고 때로는 '6.25전쟁은 미국.일본 때문'이라거나 '북핵은 체제 보장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주장을 선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기무사는 2006년 12월 바로 북한 체제 찬양용 CD를 회수하고 원정화에게 경고를 했으나 그는 그 이후에도 안보 강연을 통해 군 당국을 속이고 CD를 상영하거나 북한 체제 찬양 발언을 했고 결국 2007년 5월 안보강사에서 제외됐다.

안보강사로 선정되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일단 작전 부대에서 기무사에 안보강사를 요청하면 작전 부대가 특정 탈북자를 지명하지 않은 경우 기무사가 자체 탈북자 자료와 경찰 및 국정원의 자료를 검토해 추천한다고 기무사는 설명했다.

원정화의 경우 북한에서 우리의 경찰 지구대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 분주소에 근무해 북한의 실상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 감안돼 안보강사로 선정됐을 것이란 게 기무사 측의 설명이다.

어쨌든 그 결과 일선에 있는 현역 군 장병이 군 수사기관의 묵인 아래 북한의 체제 선전에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원정화는 기무사 및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05년 5∼9월 이후에도 1년이 넘도록 안보강사로 나섰던 것으로 드러나 아연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무사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특성상 내사 단계에서는 같은 기관의 다른 부서에도 어떤 특정인에 대한 내사 여부를 전혀 알 수가 없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내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안보강사로 얼마든지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연 기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원정화로부터 불법 CD를 회수하거나 경고조치를 취했고 2007년 3월에는 북 체제 찬양 CD를 원정화가 중국의 북한 영사관에서 가져왔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무사 측이 밝히는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된 지난해 3월 이후에도 원정화는 2개월이나 더 안보강사로 나서 북 체제를 선전하거나 군 장교와 교제를 하며 군 정보를 캐내고 다닌 것으로 밝혀져 이 같은 해명을 무색케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