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 청정생산협약(CPA)을 가장 모범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업체로는 세계적인 농업기업 아그로수퍼(Agrosuper)가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아그로수퍼는 세계 50여개국에 돼지고기 닭고기 와인 연어 등 다양한 농축수산물을 수출하는 칠레 최대 농축산 업체다. 1955년 소규모 양계장에서 출발,50여년 만에 매출 12억달러(1조1000억원),종업원 수 1만4000명에 달하는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

아그로수퍼는 주력 생산품의 특성상 분뇨를 비롯 다양한 농축산 폐기물을 배출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환경오염과 생산제품의 청결도 및 위생관리가 가장 커다란 문제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CPA제도 정착 초기인 1999년부터 정부와 협약을 체결,자체 오ㆍ폐수 처리는 물론 환경관련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부터 7500만달러를 투자해 축산업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바이오다이제스터 (Bio digestor)라는 온실 가스 감축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것.바이오다이제스터를 통해 12만여마리의 돼지에서 발생하는 분뇨와 유해 가스를 모아 생물학적으로 처리, 분뇨는 거름토로 재활용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메탄 가스를 이용해 난방용 에너지와 전기를 생산 중이다.

아그로수퍼 사회공헌부문 이사 카를로스 비베스는 "바이오다이제스터를 통해 정제한 물로 인근 경작지를 관개하고 축사를 청소하는 데도 재활용하고 있어 수자원 관리를 통해 자원 낭비도 막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효과는 모두 청정생산협약을 통해 아그로수퍼가 얻은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시스템 가동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임으로써 생긴 여분의 탄소 배출권을 외국에 판매, 또 다른 수익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쿄토의정서에 의해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국인 일본과 캐나다의 전력회사에 이를 판매하고 있는데 캐나다 2위의 전력 회사 트란스 알타는 매년 아그로수퍼로부터 17억원 상당의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고 있다. CPA를 통해 분뇨,폐수의 재활용과 탄소배출권 판매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아그로수퍼는 CPA 협약을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제품의 생산,유통,판매 등 전 과정에 대해 ISO,HACCP(식품유해요소중점관리기준),생산이력제 등 강도 높은 국제표준규격들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돼지의 경우 사료 생산부터 사육,도축,가공,포장,유통및 판매까지 전 과정을 100% 수직계열화,회사가 모두 직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생산농장,도축,가공,판매 업체가 모두 제각각으로 나뉘어져 있는 일반 축산업체와는 확연히 다른 것으로 중간 과정에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오염 등 위생상 문제를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아그로수퍼 아시아수출담당 이사인 안드레아스 다카미야는 "최근 한국에 수입되는 칠레산 돼지고기에서 3차례나 다이옥신이 검출돼 수입이 일시 중단됐지만 아그로수퍼의 돈육은 철저한 공정관리 덕분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사결과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그로수퍼는 연간 한국에 수입되는 칠레산 돼지고기의 80%가량을 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