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은 웅장한 공연을 펼쳐 지구촌 사람들에게 기쁨을 줬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개막 전 중국 인터넷기업에서 만난 젊은 사업가들이었다. 이들이 보여준 예리한 통찰력과 중국의 미래에 대한 굳은 의지는 무척 고무적이었다. 눈에는 자신감과 희망이 넘쳤다.

중국은 빈곤 정치·경제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쌓여 있지만 이번 올림픽 개최로 자신이 나아갈 미래의 비전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줬다. 서구인들은 "드디어 중국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인가"라고 말한다. 이런 반응은 중국에 대한 무지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며,우리가 발전하는 중국의 위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기를 더 늦출 뿐이다.

베이징올림픽을 보면서 내가 알던 20년 전 중국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중국인들은 지금 조국의 경제적 사회적 성장에 자부심으로 부풀어 있다. 그들 역시 아직 인권문제와 종교의 자유 등 헤쳐 나가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지만 결코 낙담하지 않는다. 분명 중국은 발전했고,계속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중국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와 같은 선발주자들은 최선을 다해 중국이 나아갈 길을 밝혀주며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현재 영국을 비롯한 유럽지역은 인구의 5%만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60%에 이른다. 곧 이들 중 대다수는 공업지역에 몰려들 것이고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아 대국들의 이런 변화는 국제적으로 경제ㆍ사회ㆍ환경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사회경제적 변화가 정치적 안정성을 바탕에 두고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책은 투박한 민족주의가 아니다. 이는 중국에는 하나로 뭉쳐 발전하느냐 아니면 분열해 몰락하느냐는 생존의 문제다. 티베트 분쟁은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이슈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대화로 해결해야 하며 중국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야 한다.

또한 서구세력은 중국과 끈끈한 유대를 가져야 한다. 이는 경제적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ㆍ문화적인 면에서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중국이 없다면 제대로 될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중국은 이미 우리에게 소중한 파트너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가 지구온난화,아프리카 원조,무역마찰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중국과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

수세기 동안 서구세력은 세계를 주도했지만 이젠 그 힘을 동아시아와 함께 해야 할 때가 왔다. 그 시작이 바로 베이징올림픽이다. 올림픽은 어떤 정치적인 노력보다도 더 큰 현대적인 발전을 중국에 가져왔다.

다가오는 2012년 런던올림픽 역시 영국에 변화와 함께 새로운 유럽의 모습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베이징올림픽이 독특했던 만큼 영국도 영국만의 방식으로 축제를 준비하자.그래야 서로가 서로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21세기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다.

정리=고희석 인턴(한국외대 4년) sanochi1031@naver.com

◇이 글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중국이 미래를 껴안는 걸 돕자(Help China Embrace the Future)'는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은 기고문을 정리한 것입니다.